전북·부안, 잼버리 배운다며 해외 출장 82회…물 안빠지는 야영장 400억

손덕호 기자 2023. 8. 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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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2020년까지 잼버리 관련 해외 출장 101번
전북도 57회, 부안군 25회, 새만금개발청 12회
400억짜리 야영장, 정부 지원·기업 후원으로 겨우 정상화

전북 부안군에서 개최되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악한 환경에서 진행되며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대원 5000여명이 조기 퇴영해 지자체와 정부가 준비를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런데 관계 기관 공무원들은 새만금 세계잼버리와 관련해 100번 넘게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와 부안군 공무원이 떠난 해외 출장은 80번이 넘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텐트를 치기 위해 물이 고여 있는 야영장에서 플라스틱 팔레트를 운반하고 있다. /잼버리 벨기에 대표단 인스타그램 캡처

또 세계잼버리 예산 중 400억원에 가까운 돈이 야영장 배수시설과 화장실 등 기반시설 조성에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회 초반 야영장에는 물도 잘 빠지지 않아 텐트를 치기 어렵고 화장실도 크게 부족했는데, 이 같은 부실한 시설 조성에 400억원이 투입된 셈이다.

◇전북도 공무원, 잼버리 개최한 적 없는 스위스·이탈리아 출장

7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등이 새만금 세계잼버리와 관련해 떠난 해외 출장은 총 101건이다. 전북도가 세계잼버리를 유치하겠다며 2013년 일본 야마구치현 키라라하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스카우트잼버리를 참관한 것이 처음이다. 이 행사는 2015년 세계잼버리를 앞두고 사전 점검 차원에서 개최한 ‘프레잼버리’ 성격이었다.

해외 출장은 새만금이 한국스카우트연맹으로부터 강원 고성을 제치고 세계잼버리 국내 유치 후보지로 선정된 2015년부터 본격화됐다. 출장 보고서 제목에 ‘잼버리’를 적시한 보고서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총 101건이다. 그 중 2013년 프레잼버리 참관을 제외한 100건이 2015년부터 6년간 진행됐다.

세계잼버리를 이유로 해외 출장을 떠난 101건은 전북도가 57건(56.4%)로 가장 많고, 이어 부안군 25건(24.8%), 새만금개발청 12건(11.9%), 여성가족부 5건(5%), 농림축산식품부 2건(2.0%)이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벨기에 스카우트 대표단이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물 웅덩이 위에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텐트를 치는 사진을 올렸다. 대표단은 "몇 가지 문제가 있고, 한국 측에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썼다. /벨기에 대표단 인스타그램 캡처

해외 출장 후 공무원들이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 부실해 ‘외유성’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북도 관계자 5명은 2018년 5월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 조사’ 명목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6박 8일 출장을 갔다. 인터라켄, 루체른, 밀라노, 베네치아 등 관광 명소가 포함됐다.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잼버리 개최 경험이 없다.

같은 해 12월 전북도 공무원 등은 호주 스카우트연맹을 방문한다면서 호주로 출장을 갔고, 2019년에는 여가부와 전북도 공무원들이 제24회 세계 잼버리 참관 명목으로 미국에 다녀왔다. 부안군은 잼버리 개최가 확정되자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을 통한 잼버리 개최지 홍보’를 명목으로 2차례 출장을 떠났다.

◇총 사업비 1171억…3분의1을 야영장에 썼는데 배수 안 되고 화장실 부족

새만금 세계잼버리 조직위원회는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조성했다. 이 역시 부적절하게 사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조직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까지 세계잼버리 총 사업비는 1171억원이다. 이 중 야영장 조성에 395억원이 집행됐다. 전북도가 상·하수도와 주차장, 하수처리장과 대집회장, 강제배수시설 설치에 265억원을 투입했다. 조직위는 화장실과 샤워장, 급수장과 침수 대비 쇄석 포장 등에 130억원을 집행했다. 이밖에 부안군은 직소천 활동장 조성에 36억원을 투입했다.

삼성은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7일부터 임직원 150명을 투입하고 삼성전자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하는 등 추가 지원을 한다고 6일 밝혔다. 삼성이 잼버리에 지원한 에어컨 장착 간이 화장실. /삼성 제공

잼버리 총 사업비의 3분의1 정도가 야영장 조성에 투입됐지만, 야영장 환경은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견디지 못하고 떠날 정도로 문제로 지적됐다. 세계잼버리가 개영할 때는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스카우트 대원들이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그 위에 텐트를 쳐야 했다. 화장실이 부족하고 청소도 잘 되지 않아 정부가 긴급하게 추가 예산을 투입해 화장실을 마련하고, 기업들도 후원을 받아 야영장 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다.

조직위가 사업비로 쓴 돈은 총 656억원이다. 회원국 항공비 지원에 45억원, 참가자 급식과 운영요원 식당 운영에 121억원, 텐트·매트와 취사용품에 59억원, 공연 이벤트에 45억원 등을 썼다. 인건비로는 55억원, 운영비로는 29억원을 집행했다는 게 조직위 설명이다.

최창행 세계잼버리 조직위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예산 문제 질문을 받고 “2020년부터 잼버리 관련 예산은 1천130억원이고 그중 조직위 인건비는 55억원, 운영비 29억원 등 총 84억원”이라며 “나머지 예산은 잼버리 시설비와 행사 사업비로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 총사업비 내역. /조직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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