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4대강'에서 '윤석열 4대강'으로 - 보 유지, 무엇이 문제인가?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처리 결정 과정에 흠결이 있었다고 발표하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즉시 4대강 보를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환경부 요구에 따라 8월 5일 보 처리 결정을 취소했다. 정부측 국가물관리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늘 위원회의 보 처리방안 취소 결정으로 4대강 보의 활용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결정 내용과 절차에 대해 환경단체와 문재인 정부 시절 4대강 보 처리 결정에 관여했던 관계자들은 문제가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 뉴스타파는 감사원 감사 내용과 이후의 윤석열 정부의 보 처리 결정 취소에 대해 취재했다.
감사원은 7월 21일 발표한 감사 보고서에서 크게 2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하나는 보 처리를 위한 경제성 평가를 수행한 '4대강 조사평가단 기획, 전문위원회'가 편향적으로 구성됐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그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감사원 "경제성 평가를 수행한 4대강 조사평가단이 편향적으로 구성됐다"
감사원은 '4대강조사평가단 기획, 전문위원회의 위원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환경부가 추천받은 전문가 명단을 특정 시민단체에 유출해 4대강 사업을 찬성, 방조했던 인사들을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최종적으로 해당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인사를 절반 이상 포함하는 등 불공정하게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불공정하게 위원회를 구성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3명을 수사의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위원들로 구성해야 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4대강 조사평가단 기획, 전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에 따라 재자연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자문하는 곳이지 '재자연화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곳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4대강 보가 만들어진 뒤 어디에 어떤 문제점들이 생겼는지 충분한 정보가 있는 이들을 위원으로 위촉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말한 특정 시민단체는 한 개의 특정 단체가 아니라 재자연화를 지향하는 181개 환경단체들이 만든 협의체였는데 마치 특정 시민단체에 유출한 것처럼 왜곡했다고도 말했다. 감사원이 대운하를 만들 목적으로 4대강 사업을 시행해 막대한 국고를 낭비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지시에 따라 4대강 사업을 수행한 정종환, 이만희, 심명필 등 핵심 책임자들을 처벌하지 않았으면서 그 사업의 부작용을 시정하려 한 김은경 전 장관 등을 수사의뢰한 것에 대해서는 '법의 목표가 뭐였는지, 그래서 이 법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해야 되는지와 전혀 무관하게, 기술적으로 어떤 사람을 벌 줄 수 있으면 벌 주겠다라는 법기술자적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오랫 동안 4대강 문제에 대한 법률 대응을 해온 이정일 변호사(법무법인 동화)는 감사원이 환경부와 감사를 청구한 4대강 국민연합 측이 추천한 전문가들에게 감사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감사원이 김은경 전 장관의 위원 선정을 문제삼으면서 청구인 측이 추천한 전문가 그룹을 통해 평가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홍종호 전 4대강조사평가단 기획위원장 "경제성평가 연구진은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홍종호 전 4대강조사평가단 공동 기획위원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금강 영산강 보 처리 연구'의 총책임자였다. 그는 "보 처리에 대한 경제성 평가는 최고의 전문가들에 의해 객관적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홍종호 전 위원장은 처음 자신이 4대강조사평가단 공동 기획위원장직 제의를 받았을 때 '경제성 평가로 보 처리를 한다'는 방침은 세워져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이 보다 객관적인 경제성 평가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 제안이 받아들여진 뒤 경제성 분석을 할 경제학자들을 자신이 엄선했고 연구가 객관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는 감사원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텐데 '4대강 사업에 반대한 시민단체 인사들이 경제성 분석을 주도해서 문제'라는 식의 논리를 펴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비판했다. 홍종호 교수는 "이번에 감사원이 객관적인 전문가들에게 맡겨서 경제성 분석을 해보이지 않은 것이 매우 실망스러웠는데, 만약에 그렇게 했다면 우리의 결과가 그 결과에 못 미치거나 연구자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편향돼 있다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 "수질과 생태가 보 설치 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제가 잘못됐다"
감사원은 4대강 조사평가단이 보 처리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하면서 '보 설치 이전'의 데이터를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 보를 해체하려면 해체로 얻는 편익이 해체의 비용보다 커야 한다. 보를 해체한 뒤에 수질과 생태가 얼마나 좋아지는가를 알 수 있어야 해체의 편익을 알 수 있는데, 해체를 하기 전에는 그 정확한 값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4대강조사평가단은 '보를 해체하면 수질과 생태가 보 설치 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제하고 보 설치 이전에 기록된 데이터를 사용했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것이 잘못됐다고 봤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과 영산강이 2.5 ~ 3미터 깊이로 준설되고 보를 설치했기 때문에 보 해체 후에도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사원은 보를 개방해 수질, 생태가 얼마나 좋아지는지 모니터링 해 그 값을 쓰거나 수치 해석 모델링을 통해 보 해체 후의 상황을 예측했어야 했는데 4대강조사평가단이 시간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두 방법을 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세계적 하천 복원 학자 "보 철거 전과 후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다"
감사원의 비판에 대해 수질전문가인 송미영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전 4대강조사평가단 위원)은 "보를 해체한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났을 때 수질과 생태가 보 설치 전의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가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감사원은 2018년 7월에 발표한 4대강 4차 감사에서 '4대강 사업 후 5년(2011-2016) 동안 금강은 28.8%, 영산강은 26.5%의 순퇴적, 즉 되메움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5년 간 약 30% 가까이 되메워졌다면 장기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가정이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반박이다. 뉴스타파는 세계적인 하천 복원 전문가인 마티아스 콘돌프 미국 UC 버클리대 교수에게 이 논란에 대해 질의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해온 콘돌프 교수는 "보가 설치되기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는 것은 보가 미친 영향을 측정하는 데 적합하다. 보를 철거하면 수질이 원래 상태로 돌아갈 거라는 건 상식적이다. 따라서 보 설치 전후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주장한 '모델링'을 사용한 연구에서도 '보 설치 전 데이터 이용' 연구와 결과 비슷
감사원은 4대강조사평가단이 '수치해석 모델링 방법'을 썼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방법과 4대강조사평가단이 사용한 '보 설치 전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함께 실행한 연구가 있다. 환경부가 2021년 한국재정학회에 의뢰한 '한강, 낙동강 하천시설 관리방안에 대한 사회,경제적 분석 연구'다. 이 연구에는 한국재정학회의 연구진들이 참여했는데 두 가지 방법을 사용했을 때 비슷한 결과값이 나왔다. 보 해체의 경제성이 높게 나온 보들도 비슷했고 경제성이 1 이하로 낮게 나온 곳도 같았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전 4대강조사평가단 기획위원장)는 "해당 연구에서 모델링을 했을 때와 보 설치 이전 수질 자료로 분석했을 때 경제성 분석 결과의 상관계수는 0.84가 나왔다. 거의 1에 근접하는 수치다. 이것은 모델링이 아닌 보 설치 전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가 주는 신뢰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한강, 낙동강 하천시설 관리방안에 대한 사회,경제적 분석 연구'의 책임자인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전 한국재정학회장)는 뉴스타파에 "보 설치 전 데이터를 쓰는 것과 모델링을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낫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 "환경부의 보 처리 결정 취소 요구는 월권이다"
감사원의 4대강 보 처리에 대한 감사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과거의 감사원 감사 내용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4대강 사업으로 홍수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가뭄 해소 효과도 없었으며, 녹조 문제 등 수질과 생태는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를 통해 환경부에 요구한 것은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결과가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환경부는 좀 더 객관적인 자료로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만들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환경부는 그런 단계를 뛰어넘어 바로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보 처리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고, 국가물관리위는 이를 수용했다. 8월 4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의 보 처리 결정을 취소했다. 2021년에 보 처리 결정을 한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민간측 위원장은 "환경부는 부족했던 자료 또는 잘못됐던 자료가 있다면 그것을 발췌해서 어떻게 보완하고 수정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것은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하나의 요소다. 그런데 그런 과정 없이 감사원 지적 사항만으로 국가물관리위에 새로운 의결을 요구한 것은 환경부의 월권이고, 국가물관리위도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유럽은 '자연복원법' 통과로 보와 댐 철거하는데 한국은 보 유지 결정
해외 선진국들이 필요없는 댐과 보들을 철거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4대강을 파헤치고 16개의 거대한 보들과 한 개의 댐을 설치했다. 유럽연합은 올 7월 12일 댐과 보 철거 등의 내용을 포함한 '자연복원법'(Nature Restoration Law)을 통과시켰다. EU는 자연복원이 매우 경제적 가치가 높은 투자라고 밝혔다. 1유로를 투자하면 8-38유로의 혜택이 돌아오는 투자라는 것이다. 이 법의 바탕이 된 EU의 '생물다양성 전략 2030'(Biodiversity strategy 2030)은 유럽의 강 25,000km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보와 댐을 철거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EU는 강을 가로 막고 있는 보와 댐을 철거하는 것을 경제적인 가치가 높은 투자라고 본다. 왜냐하면 강의 자연적인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홍수와 가뭄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기후위기가 날로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의 선택을 했다. 최근 그동안 녹조가 덜했던 북한강의 소양호에까지 녹조가 창궐했다. 4대강 보를 닫아 활용하면 녹조가 다시 4대강 전체를 뒤덮을 것이고 그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4대강은 이명박의 4대강에서 윤석열의 4대강이 됐다.
뉴스타파 최승호 cho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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