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에 살인예고까지…시민들 “사회가 단체로 신경쇠약에 걸린 듯”
경찰 잇단 출동에 ‘과민반응 분위기’ 이어져
난동범 오인 받은 중학생 과잉진압에 다쳐
“사회가 단체로 신경쇠약에 걸린 것 같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흉기 난동 여파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사례가 속출하자 7일 한 시민이 보인 반응이다.
전날 오후 8시36분, 신논현역은 아수라장이 됐다. 김포공항역 방향 9호선 급행열차에서 한 탑승객이 소리를 지른 게 화근이었다. 소리에 놀란 승객이 급하게 열차에서 내리다 넘어졌고, 흉기 난동이 벌어진 것으로 오해한 시민들은 신발과 소지품도 챙기지 못한 채 대피했다. 신논현역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쫙 깔렸다.
현장 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신논현역 칼부림’ ‘생화학테러’라는 이름을 달고 빠르게 확산했다. 직장인 안재혁씨(30)는 “놀란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9호선에서 생화학테러가 발생했다고 알려왔다”면서 “사회가 긴장 상태이긴 한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씨(29)는 “과민반응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지난 4일부터 도심 곳곳에 중무장한 경찰특공대와 장갑차가 배치됐다. 거동이 수상해 보이는 행인을 대상으로 불심검문도 진행 중이다.
경찰의 무리한 검문 과정에서 시민이 다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5일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의 천변에서 달리기를 하던 중학생 A군이 봉변을 당했다. 검정 후드티를 입은 남성이 흉기를 들고 뛰어다닌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비슷한 인상착의의 A군을 불심검문하려 했다. 갑작스러운 경찰 심문에 놀란 A군은 뒤돌아 뛰다 넘어져 머리·등·팔다리 등을 다쳤다.
검문 과정에서 과정에서 잭나이프를 소지한 사람이 잡히기도 했다. 20대 남성 B씨는 이날 서울 홍대 앞에서 선배와 밥을 먹으러 가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등에 메고 있던 장난감 칼이 화근이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B씨를 임의동행해 뒤져보니 B씨 가방에서 잭나이프가 나왔다. 이 칼은 공장에서 일하는 B씨가 작업에 사용하는 도구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테러 위협이 없어서 석방했다”면서도 “도검 등록이 안 돼 있어 총포화약법 위반”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흉기난동을 둘러싼 가짜뉴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A군의 사진이 ‘금오동 흉기난동범’으로 퍼지는가 하면, 2017년 경남 창원의 한 피아노 학원에서 여성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영상이 ‘실시간 영상’이라고 돌기도 했다. 프리랜서 직장인 김모씨는 “안 그래도 긴장 상태인데, 온라인상에서 거짓 정보가 넘쳐나니 너무 피곤하다”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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