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이하 은행 연체율 역대 최고 수준
'19세이하'는 초유의 20%까지
금리인상에 고용불안까지 겹악재
청년 대출 정책상품이 부실 키워
청년층의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포함) 연체율이 전 연령층 대비 두 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갓 성인이 된 만 19세의 연체율은 20%선까지 치솟았다. 저금리 시기에 ‘영끌 투자’로 집을 샀다가 금리가 오르자 소득이 불안정한 젊은 층의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지는 모양새다.
7일 금융감독원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내 19개 은행 주담대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20대 이하의 연체율은 올해 2분기 말 0.4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 연령대의 연체율(0.21%)을 갑절 이상 넘어선 수치다. 20대 이하의 연체율은 통계 조회가 가능한 2018년 3분기 말(0.1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은 사실상 역대 최고로 보고 있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액 가운데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비중이다.
20대 이하 가운데서도 19세 이하의 빚 부담이 특히 도드라진다. 19세 이하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까지 줄곧 0%였다가 다음 분기 12.5%로 뛰더니 1년 만에 20%까지 급증했다. 20대의 연체율은 0.41%로 조사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로 학생이나 비정규직 청년들이 전월세를 얻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은 일자리가 없거나 불안정해 연체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청년층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한 것은 2020~2021년 부동산 급등기에 빚을 늘린 영향이 크다. 실제로 시장이 과열되기 전인 2018년 3분기 말 20대 이하의 주담대 잔액은 13조 4700억 원이었는데 올 2분기 말 34조 2500억 원으로 154.3%나 늘었다. 같은 기간 전 연령대의 주담대 잔액 증가율(34.7%)보다 4.4배나 높다. 저금리로 재산 증식이 여의치 않은 데다 주택 가격마저 뛰자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막차라도 타려는 젊은 층의 ‘패닉바잉(공황 구매)’ 수요가 유독 컸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빚 부담은 더 늘어났다. 기준금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25%에서 3.5%로 급등했다. 20대 이하 연체율 추이를 보면 지난해 1분기 0.13%로 저점을 기록한 뒤 5분기 내리 오름세를 보였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청년층의 대출 부실을 키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20대 이하는 고정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아 금리 변동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금리 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 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시 청년층은 소득의 3.3%를 원리금 상환에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60대 이상(1.2%)보다도 부담이 크다.
금융 당국에서 소득이 없는 청년에게까지 대출 문턱을 낮춘 것도 부실을 키운 요인이다. 당국이 주택금융공사 보증부 청년 전월세 대출 상품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경제 취약 계층인 청년층의 전세 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는데 만 19세 이상 30세 이하 청년 중 무소득자도 대출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해당 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한 카카오뱅크의 실적을 보면 19세 이하 주담대 연체율이 올 6월 말 현재 27.0%까지 치솟았다. 나머지 은행들의 19세 이하 연체율도 4.2%로 높아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에서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받은 만 19세 청년들 중 대부분이 무소득자”라며 “일자리나 고정 수입이 없는 데다 금리까지 오르자 이자를 갚지 못하는 취약 청년층이 늘고 연체율도 오른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연체율이 지금보다 더 뛸 수 있다는 점이다. 청년층의 상환 능력을 좌우하는 일자리 상황을 보면 6월 2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만 3000명 줄면서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연체율 급등을 막기 위해 관련 대출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지만 전세대출은 실수요가 많아 당국이 돈줄을 확 죄기도 쉽지 않다.
한편 30·40·50·60세 이상 연령층의 연체율은 올 2분기 말 기준 각 0.17%, 0.21%, 0.20%, 0.21%였다. 30대의 경우 2019년 3분기 말(0.17%) 이후 가장 높고 40대는 2019년 4분기 말(0.21%) 이래 최고 기록이었다. 50대와 60대는 각 2020년 2분기 말(0.20%), 같은 해 1분기 말(0.22%)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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