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불가피한 잼버리 조기철수…대체 프로그램 충분히 제공돼야

세계잼버리 그늘막 해체 (부안=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부안군에서 조기 철수를 결정한 7일, 행사 관계자들이 세계 각국 대표단이 문화를 홍보하는 부스 앞에 설치된 그늘막을 해체하고 있다. 2023.8.7 warm@yna.co.kr

(서울=연합뉴스) 태풍 '카눈'의 한반도 북상 전망에 따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이 비상대피 차원에서 야영지를 조기에 철수하기로 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7일 "한국 정부가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전원 조기 철수 계획을 연맹 측에 전달했다"면서 "우리는 계획을 신속히 추진하고 참가자들이 체류 기간, 그리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을 긴급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156개국 3만6천여명에 달하는 세계 각국 잼버리 대원들은 8일 오전부터 순차적으로 야영장을 철수할 예정이다.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행정기관 및 민간 교육시설을 최대한 확보해 잼버리 대원들에게 숙소를 제공할 계획이다. 버스가 1천대 이상 동원될 만큼 대규모 인원의 이동으로, 대원들의 철수에 혼선이나 안전 문제가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점검해야 한다. 잼버리 대회가 초기 부실운영 논란을 차츰 극복하고 안정화되는 시점에서 뜻하지 않게 태풍 북상으로 인해 기존의 일정에 다시 차질을 빚게 돼 안타깝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새만금 잼버리는 개막 시점부터 폭염 속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참가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대두해 왔다. 야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남아 잼버리 활동이 순탄하지 못했고, 위생과 보건 설비가 부족하다는 민원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급기야 영국과 미국 대표단 등의 조기 퇴영도 이뤄졌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여러 지자체 등의 총력을 다한 지원과 수습 노력으로 가까스로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였기에 조기 철수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야영지에서 만난 스카우트 대원들도 안타까운 표정이 가득했다고 한다. 정부는 야영지에서 철수하는 대원들에게 충분한 대체 프로그램을 제공해 이들이 대한민국에 대한 좋은 인상과 추억을 갖고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남은 잼버리 일정이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잼버리 행사가 끝난 뒤 이번 대회 준비와 운영 과정에 발생한 허점은 되짚어 봐야 한다. 새만금 잼버리 개최에 1천억원대의 예산이 투입됐으나 야영장 조성 등보다는 조직위 운영 등에 예산집행이 집중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고, 관련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를 명목으로 수십건의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된다. 잼버리 대회의 안전한 마무리가 최우선이지만, 대회가 끝난 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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