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 외친 경영학자들 …"기업성공, AI 활용력에 달렸다"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서진우 기자(jwsuh@mk.co.kr), 송민근 기자(stargazer@mk.co.kr) 2023. 8. 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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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영학회 3대 키워드 '신인류·신기술·신시대'
AI 신기술 인간이 통제해야
최소한 일만하는 '조용한 퇴사'
기업들 생산성 위기 직면할 것
개인맞춤형 경력관리로 대응을
늦기전에 ESG 투자 더 늘려야
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하인스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3회 전미경영학회 연례회의 중 '가르침과 배움' 세션 참가자들이 연사 설명대로 각자 접은 종이를 들어 올리고 있다. 경영학자들이 가르치는 역할에서 배우는 역할을 체험하는 장면이다. 전미경영학회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났지만 기업은 경영 환경에서 '퍼펙트 스톰'에 직면해 있다. 팬데믹 전으로 돌아간 게 아니라 과거에 없던 신인류, 신기술, 신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개막해 8일 폐막하는 제83회 전미경영학회(AOM·Academy of Management) 연례회의는 코로나19 종식 후 기업의 성공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보스턴 하인스컨벤션센터와 셰러턴·힐튼·메리어트·파크플라자 등 주변 호텔에서 전 세계 120여 개국 경영학자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경영학자들이 밝힌 경영 전략을 종합하면 △신인류 인재 관리 △신기술 인공지능(AI) 올라타기 △신시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신인류 인재 관리

올해 AOM 연례회의는 대주제를 '근로자를 전면에(Putting the Worker Front and Center)'로 내세우고 인재 관리를 핵심 화두로 논의했다. 피터 뱀버거 AOM 부회장(텔아비브대 교수)은 "팬데믹 종식 후 재택근무 후유증, 베이비붐 세대 은퇴, 퇴사 열풍 등에 따라 심각한 인재 부족과 반(反)근로 움직임 등이 나타났고 노동시장과 고용 관계에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경영학자들이 제시한 해법은 조직문화 혁신과 인센티브를 통한 신인류 인재 확보와 유지, 생산성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팬데믹을 거치며 근로에 대한 가치 인식이 위축되면서 기업 사이에 생산성에 대한 위기감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산자이 싱 영국 던디대 교수는 '대퇴사(Great Resignation)' 세션에서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대퇴사 현상은 직접 일을 그만두는 것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일만 하는 이른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를 포함한다"며 인사 관리(HR)를 채용에서 개발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김광현 한국경영학자협회(AKMS) 회장(고려대 교수)은 "국내에서 조용한 퇴사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더 이상 승진이 어려워진 고령 인력에서도 나타나는 등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현상"이라며 "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조직적이고 개인 맞춤형인 경력 관리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기술 AI 올라타기

"인간과 챗GPT 중 누가 더 창의적인가요?" '챗GPT' 세션에서 사회를 맡은 린 바우스스페리 캘리포니아주립대(이스트베이) 교수는 애플·아마존·디즈니 등 미국 대기업의 기존 슬로건과 AI가 제시한 슬로건을 비교한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이같이 질문했다.

예컨대 디즈니 원래 슬로건은 '꿈이 실현되는 곳(Where Dreams Come True)'인데 AI는 '이곳에 마법이 있다(The Magic Lives Here)'를 제시했다. 청중 반응은 엇갈렸다. 그러자 바우스스페리 교수는 "인간과 AI의 창의성이 구분되지 않는 시대에 진입했다"면서 "이제 기업 성공은 AI 활용력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경영학자들은 AI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조건으로 '사람'을 꼽았다. '야생 AI' 세션 연사 하일라 리프시츠 아사프 워릭대 교수는 "이제 기업이 할 일은 AI에 대한 조직 차원의 정책을 확립해 AI의 성과를 사람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AI와 조직 경영' 세션에서 르네 가슬린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인간과 AI 협력 사례를 보면 긍정적 성과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성과도 모두 나온다"면서 "AI가 좋은 결과까지 보장하진 않기 때문에 윤리성과 제품성 등의 관점에서 중간 확인 작업은 결국 사람이 할 수밖에 없어 적절한 개입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AOM 연례회의 세션은 대부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1300여 개(논문 회람 세션 제외) 중 AI 관련 세션은 20개가 넘었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경영학계의 화두를 일별하면 지난 10년간 플랫폼과 디지털 전략을 거쳐 팬데믹 2년간 재택근무 등이 인기를 끌다가 올해부터 AI가 급부상했다"며 "AI가 내년엔 경영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시대 ESG

"기업이 갈수록 더 투자할 수밖에 없는 분야는 바로 ESG입니다."

'다국적 기업의 담대한 도전에 대한 해법' 세션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경영학자 50여 명이 이구동성으로 이같이 말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건 맞지만 ESG를 떠나서는 더 이상 기업으로서 발붙이기 힘들다는 게 이론과 실증적 분석으로 상당히 확립됐다는 얘기다. 알바로 쿠에르보 카주라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커다란 도전 과제는 더 이상 전통 기업 경영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차원"이라며 "사회적 가치에 맞춘 기업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보스턴 윤원섭 특파원 / 서울 서진우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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