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항의 야당 의원 기내식으로 스시 먹었을까' 보도, 결국 정정
민주당 대표로 위성곤 의원, 언중위에 한경 정정보도 청구
한경 "비즈니스석이면 스시 먹었을 것"…의원들 모두 일반석
의원실 자체 확인 결과, 의원들 일반석 기내식 샌드위치 받아
정정 보도한 한경 "의원들 일반석 이용…기내식은 샌드위치"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일본을 항의 방문했던 더불어민주당이 한국경제신문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 지난 4일 기사 삭제 조치 및 정정 보도를 받아냈다.
한국경제는 지난달 15일 <일본항공 탄 野 방일단… 기내식으로 나온 '스시' 먹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항의하기 위해 방일한 의원단이 일본항공의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면 기내식으로 스시를 먹었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민주당의 '위선'을 꼬집은 기사다.
한국경제는 기사에 장제원·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의 민주당 비판 발언을 인용했는데, 특히 장예찬 위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일본항공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일본항공 비즈니스 좌석에는 기내식이 딱 한 가지 종류만 제공된다고 한다. 바로 모둠스시…그 기내식 드셨는지 안 드셨는지 국정조사라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장 위원 발언을 인용한 뒤 “일본항공이 탑승객들에게 안내하는 메뉴판을 보면 비즈니스석 7월 기내식으로는 모둠스시가 제공된다”고 전한 뒤 “국민들의 밥상을 걱정하며 일본으로 건너간 의원단이 일본항공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면, 일본에 닿기도 전에 기내식으로 스시를 먹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 보도는 ①민주당 의원들이 비즈니스석을 탔다면, ②그래서 기내식을 먹었다면, ③모둠스시를 먹었을 것이라는 식으로 가정에 가정을 더한 것이다.
가정은 사실과 달랐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의원단(단장 위성곤 민주당 의원) 10인이 지난달 10일 2박3일 일정으로 일본항공을 이용해 일본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10명의 의원 모두 비즈니스석이 아닌, 일반석을 이용했다.
위성곤 의원실이 언론중재위에 제출한 항공권 구매 내역 등 근거 자료를 보면, 일본에 갔던 민주당 의원들은 일반석을 탔다. 당이 지원하는 재정 규모와 범위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다만 방일 명단이 확정된 의원들은 먼저 일반석을 구매했지만 보좌진의 경우 누가 갈지 확정되지 않아 며칠 늦게 항공권을 구매하게 됐고 일반석이 거의 남지 않아 부득이하게 비즈니스석을 구입했다는 게 위성곤 의원실 설명이다.
위성곤 의원실이 방문 일정을 재차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과 동행한 보좌진 중 한 사람은 비즈니스석에서 닭고기 덮밥을 먹었고, 의원들은 일반석에서 제공되는 샌드위치를 먹었다. '일본항공 비즈니스 좌석에는 기내식이 딱 한 가지 종류만 제공된다'는 장예찬 위원 주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모둠스시를 먹었을 것'이라는 한국경제 가정 모두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
동행한 민주당 의원들을 대신해 언론중재위에 조정을 신청한 위성곤 의원은 지난달 31일 의견서를 통해 “한국경제는 무책임한 정치인이 가정만으로 제기한 정략적 의혹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서 언론 본분을 저버리는 행태를 보였다”며 “그 기사에서 제기하려는 의혹이라는 것도 진실을 알아내기가 원래 어려운, 무슨 엄중한 비리에 관한 것도 아니고 기껏 스시를 먹었느냐 아니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런 간단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제대로 된 사실 확인도 없이, 심지어 신청인 측이 사실을 확인해줬는데도, 한 무책임한 정치인과 작당이라도 한 듯 똑같은 무책임한 주장을 언론 기사를 빙자해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위 의원은 “이런 정략적이고 허위인 언론 기사로 인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일본에 다녀왔던 의원들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면서도 스시를 먹는 위선자로 비난받게 됐다”며 “이렇게 부당하게 받는 피해 책임은 전적으로 언론의 기본적 책무를 지키지 않은 한국경제에 있다. 한국경제 보도가 잘못된 것이었다는 정정보도가 있어야 부당한 비난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며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위 의원과 한국경제 양측은 지난 4일 언론중재위에서 정정보도에 합의했고, 한국경제는 같은 날 오후 “본지는 지난 7월15일자 기사에 '일본항공 탄 野 방일단…기내식으로 나온 스시 먹었을까'라는 제목으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에 항의하기 위해 방일한 의원단이 일본항공의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면 기내식으로 스시를 먹었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며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의원들은 일반석을 이용했고 기내식으로 샌드위치를 제공 받은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 잡는다”고 정정했다. 문제가 된 기사는 삭제(열람 차단)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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