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고 장소 어디?... 한눈에 보는 '온라인 범죄지도' 개발한 대학생들
19~22세 해외대학 재학생들 의기투합
12시간 만에 개설, 누적 이용 벌써 5만
"치안강국 되찾길... 선한 영향 미칠 것"
경기 성남시 서현역 인근에 사는 대학원생 이수진(28)씨는 6일 한 웹사이트를 둘러보고 걱정을 조금 덜었다. 집 근처 특정 장소를 거론한 ‘살인 예고글’ 작성자가 경찰에 체포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이트 안에서 개인 위치 추적을 허용하면 주변에 있는 테러범죄 예고 시간과 장소, 검거 여부 등 모든 관련 정보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씨는 “놓쳤던 (살인)예고 정보도 사이트에서 확인하고, 해당 지역에 안 가면 돼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소개했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강력범죄에 시민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황. 급기야 살인예고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까지 생겨났다. ‘테러레스(terrorless)’는 언론 보도와 제보 등을 통해 범행 관련 장소 및 정보를 지도에 표시해주는 서비스다. 출시 하루 만인 7일 오전 11시 기준 누적 이용자가 벌써 5만 명을 돌파했다. 실시간 이용자도 1,000명을 웃돌 만큼 범죄 위협에 시달리는 시민들에게 믿음직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자연스레 사이트를 만든 이에게도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일보가 제작자를 만나봤다. 범죄 문제에 정통한 IT 전문가를 그리던 예상은 금세 빗나갔다. 주인공은 조용인(22·하버드대), 신은수(22·펜실베이니아대), 이기혁(20·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안영민(19·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씨. 고교를 갓 졸업한 19세부터 군대에서 막 전역한 22세까지, 모두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앳된 얼굴의 대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올 4월 스타트업 ‘01ab(공일랩)’이라는 이름 아래 의기투합했다. “세상에 물음표를 던지고, 그걸 실천해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고 싶어서(조용인)”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중학교 동창인 조씨와 신씨가 군대 내 창업경진대회, 해커톤대회 등에서 6번 우승하며 가능성을 본 뒤, 고교 후배들을 섭외했다. 군에서 저축한 돈과 우승상금 500만 원을 종잣돈 삼았다.
첫 프로젝트는 뜻밖에 찾아왔다. 이씨는 “해외대학을 다니며 ‘치안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에 큰 자부심을 가졌는데, 최근 상황들로 우리 사회도 흔들릴 조짐이 보였다”고 했다.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마음에 만든 플랫폼이 테러레스다. 말 그대로 “테러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에 가기 전 국내에 머물던 네 사람은 5일 오전 11시 첫 회의 후 단 12시간 만에 사이트를 개설했다.
팀원들은 사이트 제작부터 제보 내용 검증, 디자인까지 모든 업무를 스스로 해결한다. 언론 기사와 제보가 데이터 기반이 되는 만큼 특히 검증에 힘을 쏟고 있다. 우선 온라인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인하고,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모아진(아카이빙) 자료를 통해 한 번 더 검증한 후 사이트에 올린다.
짧은 제작 기간과 신생 사이트인 탓에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SNS로 홍보해도 “믿을 만한 사이트가 맞느냐”는 의심 가득한 핀잔부터 들어야 했다. 신씨는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신뢰가 높아진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꾸준히 사이트 주소를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공익 목적 플랫폼이란 점도 큰 무기였다. 이들이 사이트 운영으로 얻는 수익은 전혀 없다. 그저 이전처럼 밤늦게도 자유롭게 거리를 거닐 수 있는 사회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팀원들은 요즘 밤낮없이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즐겁다”는 답변이 나왔다. 신씨는 “이걸 일로 여기지 않는다. 워크(일)가 라이프(생활)가 된다면 밸런스는 필요 없다”며 웃었다. 시스템 오류 등 부족한 부분도 네 사람이 협력해 극복해 나가고 있다. 11월 군 입대를 앞둔 이씨를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은 곧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그러나 화상회의 등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이상하게 들릴 법하지만 01ab의 당면 과제는 테러레스 서비스의 빠른 종료다. 범죄 지도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공동체가 평정을 되찾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궁극적 목표는 한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 “이번 사태가 잠잠해져도 다른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안전 한국’ 만들기에 기여하려 해요. 우리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주제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겠습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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