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투자제한” 소식에 발끈한 中 “고위급 보낼땐 언제고”

이명철 2023. 8. 7. 17: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로이터 “8일 美기업의 中투자 제한하는 행정명령 발표”
반도체 등 패권 경쟁 가속…수출 규제 이어 투자도 막아
美 고위급 인사 중국 방문 계속…양국 신경전 지속될 듯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고위급 회담 등 대화의 손짓을 보내고 있지만 물 밑에서 미국의 수출 제한과 중국의 대응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중국은 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신경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수출 규제 맞불’ 중국 투자 끊는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두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주초 중국의 민감한 기술에 대한 투자를 심사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이번 브리핑이 7일(현지시간) 예정됐으며 8일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중국 기업에 대한 아웃바운드(해외 투자)를 막기 위한 조치가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반도체·양자컴퓨팅·인공지능(AI) 등에 대한 미국의 사모펀드(PEF)·벤처캐피탈(VC)·합작투자가 대상이다. 해당 행정명령을 적용받는 투자는 정부에 통보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 거절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셈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동맹국인 일본도 미국측 움직임에 맞춰 지난달부터 첨단 반도체 장치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했다.

중국은 자국 기업에게 구세대 반도체 칩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대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수출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전세계 수요가 많지만 수출 규제 대상이 아닌 구세대 칩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인 갈륨·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실시하면서 대(對)중국 수출 규제에 맞불을 놨다.

중국의 맞대응이 계속되면서 미국의 추가 조치는 예상됐던 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후 양국간 입장차를 재확인하며 “우리와 동맹국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해 표적화한 조치를 계속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상원은 앞서 지난달 25일 미국 투자자가 중국 첨단기술 기업 지분을 취득할 때 미국 재무부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해당 법안을 주도했던 밥 케이시 상원의원은 당시 성명을 통해 “오랫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같은 우려 국가에 대한 국가 안보 부문에 대한 투자를 선별하기 위해 행정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며 “이번 개정안에 의해 이러한 명령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기업이 대상인 만큼 한국 등에는 당장 직접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다만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미국이 앞으로 한국 등에도 비슷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투자정책을 담당했던 전직 미국 관료인 에밀리 킬크리스는 “미국은 미국인·기업의 해외 투자를 통제하려고 노력해왔다”며 “이번 명령(투자 제한)은 우려 국가와의 거래를 선별하기 위한 감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단계로 시간이 지나면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의 누사두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관련 행사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AFP)


◇중국 “경제원칙 위배, 공급망 불안정해져”


중국은 미국측의 행정명령 준비 소식에 즉각 반발했다. 특히 최근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중국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제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GT)는 미국의 행정명령 관련 보도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이달 넷째주 중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오 링윈 중국 사회과학원 전문가는 GT에 “중국과 미국 관료간 회담 직전에 중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출된 뉴스로 미국이 사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정치적 전술”이라며 “미국 고위급의 잇단 중국 방문은 단순히 양국간 긴장 완화 노력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GT는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투자 제한 조치는 경제 규범에 위배되며 미국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 바이든 대통령 재선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올해 경제 활성화가 여의치 않자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조치를 발표하며 민간기업을 국유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하겠다고 약속하고 연구개발(R&D)과 세제 지원 등의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투자 제한 움직임에 더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오 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중국은 미국이 무역·기술 문제를 정치화·무기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정상적인 기술 협력과 무역을 자의적으로 제약하고 시장 경제 원칙을 위반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