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후 사고 위장` 육군 부사관…보험금 5억 타내려 했다

가족 몰래 은행권에 2억9천 빚져…들키자 다툼 끝에 살해 정황
"아내가 극단적 선택" 혐의 부인…유족 "반드시 처벌받길" 분노

사고 당시 구조활동 벌이는 119대원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

지난 3월 아내 살해 후 교통사고로 숨진 것처럼 위장한 혐의를 받는 육군 부사관이 5억원에 달하는 사망보험금을 타내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에 3억원에 이르는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을 아내에게 들키자 살인 범행을 저지르곤 보험금으로 빚 청산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7일 육군 부사관 A(47) 원사에 대한 살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혐의 등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당일 오전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아내도 다친 것 같은데, 접수됐느냐"고 묻는 등 사망보험금 명목으로 4억7000여만원을 타내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가 적시됐다.

A씨는 범행 당시 은행 빚 약 8000만원 등 저축은행·카드사 등에 2억9000여만원에 이르는 채무를 지고 있었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여러 차례 단기 대출을 받기도 했다.

아내 B씨는 이런 사정을 전혀 몰랐다가 자녀들의 학원비로 TV를 구매한 A씨에게 은행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해서 여러 건 대출 사실을 알게 돼 A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던 수사기관은 A씨가 자택에서 B씨 목을 졸라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여행용 가방을 이용, 차량까지 아내를 옮겨 조수석에 태우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숨진 B씨 목 부위에서 발견된 '눌린 흔적', 사고 당시 B씨 발목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로 심한 골절상을 입었는데도 발견된 혈흔은 소량이었던 점 등이 타살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었다.

하지만 A씨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혐의를 극구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빈센트 법률사무소 남언호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사고 초기에 졸음운전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아내가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 병원으로 아내를 옮기던 중 사고가 났다"고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다.

남 변호사는 "이 사건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남편의 살해로 인한 것"이라며 "현재도 A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유족 측은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 가해자가 반드시 처벌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3월 8일 오전 4시 52분 강원 동해시 구호동 한 도로에서 A씨가 숨진 아내 B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옹벽을 들이받는 등 교통 사망사고로 위장한 살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3지역군사법원은 오는 10일 이 사건의 첫 공판을 연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