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식위탁이 직접운용 추월…"문제는 수익률"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2023. 8. 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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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에 국내株 63조 맡겨
직접운용보다 1조 더 많지만
수익률은 최대 6%P 뒤처져
수수료는 1년새 40% 급증
의결권 강화 움직임은 변수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자산 가운데 위탁을 통해 운용하는 자산이 처음으로 직접운용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기금 증가에 비례해 국내 주식 위탁운용 규모가 늘고 있지만 직접운용 대비 수익률은 저조해 이를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국내 주식 투자액은 총 125조3730억원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위탁운용 규모는 63조3402억원으로 직접운용(62조328억원)을 '역전'한 것으로 집계됐다. 위탁운용이 직접운용 자산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으로 파악된다.

가령 2011년 국내 주식 위탁운용 규모는 30조2000억원(직접운용 32조2000억원) 수준이었는데, 2021년 위탁운용은 81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직접운용 자산과 위탁운용 자산이 전년 대비 동반 감소했다. 코스피가 25% 이상 내려앉으면서 전체적인 평가액이 크게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민연금 위탁운용 규모는 2021년 대비 18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직접운용 자산이 84조원에서 62조원으로 더 크게 감소하면서 위탁운용 규모가 직접운용을 넘어선 것이다.

위탁운용 자산이 늘었음에도 수익률에 기여하는 정도가 미미하다는 건 문제로 꼽힌다. 최근 5년 평균 수익률 기준으로 국내 주식 위탁운용 수익률이 직접운용보다 대부분 낮은 수준일 정도로 위탁운용 성과가 부진하다.

보건복지부와 기금운용위원회에 따르면 2016~2020년 국내 주식 직접운용 수익률은 12.86%로 위탁운용 8.74%를 4%포인트 이상 앞섰다. 2019년에는 직접운용 수익률이 15.2%를 기록한 반면 위탁운용 수익률은 9.3%에 그쳤다. 지난 5년(2017~2021년) 동안 위탁운용 수익률이 직접운용을 앞선 것은 2021년 단 한 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위탁운용을 위해 운용사 29곳을 선정한 뒤 운용을 맡기고 있다. KB자산운용(6조971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5조8997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5조5423억원) 등이 상위 운용사로 꼽힌다. 국민연금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식 위탁수수료는 2020년 1304억원에서 2021년 1833억원으로 40% 이상 증가했다. 정석윤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직접운용은 인덱스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위탁은 액티브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위탁운용 방식별로 편차가 컸고 펀드매니저에게 보다 높은 재량을 부여한 펀드 수익률이 벤치마크 대비 높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최근 5년간 순수주식형과 액티브 퀀트형 펀드 수익률은 벤치마크 수익률을 상회했다. 반면 중소형주형 펀드 수익률은 벤치마크보다 10%포인트 이상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을 맡고 있는 한 운용사 대표는 "해외 연기금에 비해 위탁운용 보수가 높은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부 위탁운용 업체를 까다롭게 선정하는 것도 그만큼 직접운용 대비 장점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운용사들이 국내 주식을 운용해 국민연금에서 받는 보수는 0.3% 내외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위탁운용 수익률이 계속해서 저조하게 나온다면 국민연금이 직접운용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직접운용 규모를 확대하려는 것은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지난해 위임하지 않은 의결권을 실수로 행사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액티브 퀀트 펀드 자금(약 2조1900억원)을 전액 회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 1175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평가액이 24조8521억원으로 가장 컸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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