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기 대려면

2023. 8. 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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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서 전력 끌어오려면
송전선로 문제에 가로막혀
원전 지금 착공해도 20년
LNG 열병합발전이 최선 후보

지난해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8.9%에 달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5.6% 감소하면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하락한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신생기업 7900개가 소멸하고 가계소득은 월 10만원 줄어든다. 따라서 반도체 수출이 늘어나면 고용과 가계소득도 늘어난다.

이런 점에서 향후 20년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의 300조원 투자가 이뤄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대량의 전기가 꼭 필요하기에, 안정적 전기 공급 여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세 가지 대안이 논의될 수 있다.

첫째, 동해안의 석탄화력 발전소 및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백두대간을 넘어 용인까지 공급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송전탑이 필요하기에 엄청난 갈등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작년에 완공되었어야 할 동해안~신가평 1단계 송전선로는 주민 반대로 작년에 겨우 착공되었다.

둘째, 호남지역의 원전·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서해 해저케이블을 통해 수도권으로 가져와 용인으로 공급하는 방안이다. 다만 송전선로 건설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며, 아직은 기술 개발도 더 해야 한다. 무엇보다 서해 해저케이블 완공의 목표 연도는 2036년이라 너무 늦다.

셋째, 영남지역의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백 ㎞에 달하는 내륙의 고압 송전선로를 통해 용인까지 끌어오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2012년 밀양 송전탑 사건을 이미 경험했다. 극심한 갈등 속에서 적지 않은 분들이 자살로 항의하기도 했다. 송전탑의 추가 건설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충분한 가동을 위해서는 7GW 용량의 발전소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대형 원자력 발전소 5개 분량이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는 건설에 20년이 소요되기에 당장 대안이 못 된다. 온실가스 때문에 석탄화력 발전소를 지을 수는 없다. 결국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의 신규 건설이 요구된다.

그것도 송전선로 문제 때문에 결국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에 지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수도권에 입지한 LNG 발전소도 설계수명이 되면 다 나가라는 것이 주민과 지자체의 입장인데, LNG 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거의 유일하면서도 바람직한 해법은 LNG 열병합발전소를 짓는 것이다.

LNG 열병합발전은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다. LNG 발전 효율이 50%라면 LNG 열병합발전 효율은 81%에 달한다. 게다가 LNG 열병합발전은 열과 전기를 따로 생산할 때에 비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상당한 양의 열도 필요로 하기에 LNG 열병합발전은 일석이조다. 주민 수용성에도 큰 문제가 없다. 서울, 분당, 일산, 판교, 위례, 하남, 안양, 부천, 동탄, 별내, 청라, 영종 등 수도권 거의 모든 신도시에서는 이미 LNG 열병합발전소가 주민들과 호흡하면서 잘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전기와 열을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6개 정도의 LNG 열병합발전소 3GW를 클러스터 내에 건설하여 가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전공기업과 민간 에너지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사업모델도 만들 수 있다. 이후에는 신규 원전 및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서해 해저케이블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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