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윤종규 회장의 마지막 퍼즐
9년간 KB금융그룹을 이끌어온 윤종규 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 지난 6일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바통을 넘길 때가 됐다"며 4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윤 회장은 '혁신가'였다. 2014년 'KB 사태' 이후 우여곡절 끝에 새 사령탑에 올라 KB금융을 빠르게 재건했다. KB금융그룹의 한 임원에 따르면 당시 윤 회장은 경영혁신 과제 보따리를 잔뜩 들고 와서 경영진에게 나눠줬다. 첫 임기 3년간 '끈덕지게' 거의 모든 과제의 답을 찾았고, 조직에 몽땅 적용했다고 한다. KB금융그룹을 누구보다 잘 아는 수장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KB금융의 환골탈태는 실적으로도 증명됐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그 결과 압도적인 실적을 뽐내며 1등 리딩 금융 자리를 굳혔다. 강력한 리더십에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함)' 스타일, 겸손함까지 갖춰 그룹 내에선 "임원들을 다 합쳐도 윤 회장을 따라갈 수 없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윤 회장은 '갓(GOD)종규'로 인식될 정도다.
이 때문에 4연임에 도전해도 무리가 없다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오로지 KB금융그룹의 도약을 위해 용퇴 결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윤 회장에게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KB금융이 진정한 1등 리딩 금융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보인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의욕적으로 지배구조와 경영승계 프로그램 정비에 나섰다. KB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윤 회장이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효과적인 경영승계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줄 시기가 됐다는 의사를 연초부터 이사회에 비쳐왔다"고 했다.
윤 회장은 이번 회장 인선 절차를 통해 금융권 첫 모범 선례를 만들고 KB금융의 전성시대를 열 수 있는 인물이 선임되기를 바랐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외풍에서 완벽하게 독립한 금융사로 외국처럼 10년 이상 장수하는 금융그룹 회장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갓종규'가 꿈궈온 KB금융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임영신 금융부 yeung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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