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강경 대응 경찰…`중학생 피범벅` 과잉진압 논란도

이유림 2023. 8. 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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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불심검문으로 흉기 소지자 14명 입건
치안활동 성과에도 중학생 과잉진압 곤혹
시민들 불안 고조…행동 패턴 변화도

[이데일리 이유림 황병서 기자] 경찰이 연이은 ‘무차별 흉기 난동’을 진압하기 위해 전방위적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에 발맞춰 경찰의 대응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흉기 난동 의심자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들이 현장에서 소극적인 대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반 시민들은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몸을 사리면서 도심의 풍경도 변하고 있다.

‘묻지말 칼부림’ 범죄 예고성 협박글이 잇따라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흉기 난동’ 장소로 지목된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인근에서 경찰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흉기난동과의 전쟁’ 사흘 만에 불거진 과잉진압 논란

경찰은 지난 4일 ‘흉기난동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전국 각지에서 치안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온라인상 살인예고 글 187건을 확인해 작성자 59명을 검거하고 3명을 구속했고, 행동이 의심되는 442명을 검문검색해 흉기를 소지한 14명을 협박 등 혐의로 입건했다. 7명은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를 매겼고 99명은 경고조치 후 훈방했다. 이들 중에는 마약을 갖고 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흉악 범죄에는 경고 없이 실탄 사격을 허용한다”고 밝히는 등 강경 대응을 천명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경찰의 물리력 행사에 정당방위를 적극 검토하라고 검찰에 지시하면서 힘을 실었다. 하지만, 불과 사흘 만에 과잉진압 목소리가 나오면서 현장에서 이 같은 방침을 이행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최근 경기 의정부에서 흉기 난동 오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애꿎은 중학생을 다치게 했다가 과잉 진압 논란에 휘말린 것이 단적인 사례다.

현행법은 경찰의 무기 사용 등을 까다롭게 명시하고 있어 급박한 상황에서 제대로 지켜지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제10조의4)에 따르면 경찰관은 무기 사용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사용할 수 있다. 동시에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항거·도주하려고 할 때 △경찰관으로부터 3회 이상 무기·흉기 등을 버리라는 명령을 받고도 따르지 않으면서 계속 항거할 때 등 몇 가지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람에게 위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흉기 난동범을 검거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대상자가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과도한 의욕이 앞선 법 집행으로 인해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적법 절차 준수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폰 빼고 주변 두리번”…흉기 난동이 바꾼 도심 풍경

시민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각종 호신용품을 구매하고 있지만 이 역시 상황과 위력 정도에 따라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형법(제21조)에 따르면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해선 △현재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 △야간 상황 △불안·공포를 느낀 상태 등의 조건이 붙는다. 지난 2011년 경찰청이 마련한 ‘폭력사건 정당방위 처리지침’은 △치료하는 데 3주 이상 걸리는 상해 △상대방의 폭력보다 나의 방어가 지나쳤을 경우 △상대가 폭력을 그만둔 이후 발생한 방어 등은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도심 속 사람들의 풍경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출·퇴근 길에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주변을 계속 확인하거나, 사람이 많이 몰리는 서울 도심의 약속을 기피하는 모습은 이 같은 불안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경기 남양주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스마트폰을 보며 무료함을 달래곤 했는데, 요즘엔 의식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고 했고, 또 다른 직장인 권모(34)씨는 출퇴근 길에 스마트폰으로 팟 캐스트와 노래를 듣던 습관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불미스러운 일에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아예 서울 도심 등 위험 지역을 기피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지난 주말 서울 구로구의 한 식당에서 할머니 칠순 잔치를 마치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최근 구로구 개봉역을 지나던 지하철 1호선 열차 안에서 난동을 일으켜 시민들이 대피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우리 가족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혼인 홍모(35)씨는 지난 주말 원래 계획했던 홍대에서의 데이트를 취소하고 파주를 찾았다. 홍씨는 “아내와 서울 도심에 각종 체험활동 등을 즐겼는데 이번 사건으로 가기가 꺼려졌다”며 “차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는 게 안전할까 싶어 일정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유림 (contact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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