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결말은 원하지 않았어요”…태풍으로 철수 앞둔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현장에서]
“(태풍 북상)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이 캠프에서 나가야 하는 것은 조금 슬픕니다. 이런 방식의 결말은 원하지 않았어요.”
7일 오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전북 부안군 새만금 간척지 영지(야영장)에서 만난 인도네시아의 세리퍼 아이니(16)의 표정은 밝았다. 동료 7명과 함께 있던 아이니는 기자의 요청에 손을 들어 인터뷰를 자청하기도 했다.
아이니는 “‘새만금 잼버리 굿’” 이라며 “그동안 한국과 일본,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라고 했다.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이지만 아이니 역시 그늘 없는 허허벌판 간척지에서 마주한 ‘한국의 폭염’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는 “즐겁고 재미있는데 너무 덥다”면서 “잼버리가 끝날 때까지 있고 싶었는데 아쉽다. 한국에서 잼버리를 하면 또 참여하겠다”라고 했다.
대회 직후부터 폭염 등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파행을 거듭했던 새만금 잼버리가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이날 만큼은 잼버리에 참가한 세계 각 나라의 청소년 대원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대원들은 우산으로 뜨거운 햇볕을 막으며 이동하거나, 수돗가에서 몸을 식혔다. 영지 곳곳에 마련된 체험 행사에도 각 나라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거대한 워터슬라이드와 물총놀이 시설이 설치된 구역은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워터슬라이드를 기다리고 있던 스웨덴의 이네스(14)는 “새만금 잼버리에 더 있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나라의 샤이먼(17)도 “새만금에서 지내는 것이 즐겁다. 잼버리의 각종 이슈를 들었다. 에어컨 버스도 왔고 시원한 물이나 그늘 등도 잘 정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초반 부족했던 화장실과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이 추가됐고 청소 인력도 1400여 명까지 대폭 늘어나면서 청소년들의 느끼는 개선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샤이먼은 “화장실과 샤워 시설은 등은 아직 다소 지저분하다”고 했다. 인근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봤다. 소변기 구역은 비교적 청소 상태가 괜찮았지만 변기가 있는 공간은 사용한 휴지가 쌓여 있었다. 야영장 곳곳에 여전히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보였다.
겨우 정상화된 새만금 잼버리는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나흘을 앞당긴 8일 조기 철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세계스카우트연맹과 대회 조직위는 철수 계획을 세웠지만 모든 대원들에게까지는 전달되지 않은 듯했다. 브라질에서 온 한 대원은 “잼버리에 오는 것이 꿈이었다. 즐겁고 좋았다”라고 말했다.
각 나라의 지도자들은 퇴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일랜드 지도자 아담 뉴난(20)은 “우리는 아직 짐을 싸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진행 중인 활동들을 중단하는 중”이라면서 “저녁에 대원들에게 철수 일정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 잼버리 대집회장에서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열리는 ‘새만금 갓 탤런트’ 공연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17개 나라 대원들이 참여해 각 나라 전통춤과 노래 등을 선보이는 공연은 지난 1일 ‘부푼 설렘’을 안고 한국을 찾은 전 세계 청소년들이 새만금에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밤이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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