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피날레 장식할 K팝 콘서트에 불똥 맞은 전북과 인천

전북 현대 페이스북 캡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새만금 잼버리 때문에 축구계가 불똥을 맞았다. 논란이 뜨거운 K팝 콘서트 일정과 장소가 계속해서 바뀌는 촌극으로 인해 한국 축구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축구협회(FA)컵 4강전을 앞둔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 관계자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전북과 인천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7일 오전 양팀에 오는 9일 열릴 예정인 2023 하나원큐 FA컵 4강전 경기의 연기 공문을 보냈다.

이 경기는 당초 전북의 홈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 6일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부 장관이 “수용 인력과 이동 조건 등을 종합한 결과 퇴영식인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원래는 6일 오후 8시 새만금 야외특설무대에서 열려야 할 콘서트가 폭염과 안전사고 우려로 한 차례 연기됐고, 이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기로 한 것이다.

전북은 9일 인천과 FA컵 4강전에 이어 12일 수원 삼성과 하나원큐 K리그1 2023 26라운드 경기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다. K팝 콘서트 사전 준비 및 무대 해체 등의 시간을 고려하면 9일과 12일에 경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다른 곳에서 경기를 해야하는 상황이 됐고, 이에 홈팀 자격의 전북은 대전월드컵경기장과 광주축구전용구장 등에서 경기를 여는 방안도 고려했다.

여기서 또 한 번의 장소 변경이 일어났다. 태풍 ‘카눈’이 한반도 방향으로 진로를 바꾸면서 K팝 콘서트가 열리는 11일 전주를 통과할 것으로 알려지자 수도권 개최로 바뀐 것이다. 현재 FC서울의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K팝 콘서트를 두고 잼버리 조직위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북과 인천만 피해를 보고 있다. 전북 관계자는 이날 오후 “협회에서 연기 공문이 온 것은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변경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 전이었다. 이후에는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며 “(콘서트가)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다보니 경기 연기가 번복이 되는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되는지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일단 협회에서 이후 공문이 온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페이스북 캡처

인천은 6일 리그 경기와 9일 FA컵 4강전을 모두 전북 원정으로 치르는 일정이었다. 그래서 FA컵 4강전까지 보고 일정을 길게 잡아 전주로 내려왔다. 그런데 FA컵이 연기가 돼 7일 오전 다시 인천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인천 관계자는 “협회에서 경기 일정 변경에 대한 공문을 전달받아 전주에서 대기하고 있던 선수단도 전원 인천으로 올라왔다”며 “공문에 언제 경기를 한다는 얘기는 없었다. 우린 8월말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도 있어 일정이 빡빡한데, 언제 연기된 경기를 한다는 건지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콘서트 장소가 다시 수도권으로 바뀐다는 얘기가 나왔음에도 인천이 이미 전주에서 철수한 상황이라 연기를 번복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이 관계자는 “잼버리의 여파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전북 구단이나 우리 모두 엄청 혼란스럽다. 협회에서도 좀 구체적으로 사전에 협의를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수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축구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당국자들의 행태에 팬들도 단단히 뿔이 났다. 현재 전북과 인천이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경기 연기 알림에 달린 댓글에는 “축구가 봉이냐”,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민폐 잼버리” 등 팬들의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