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용품 찾아 삼만리…“직접 물건보고 설명듣고 살래요”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8. 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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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살인’에 ‘살인 예고 글’까지
불안한 일반인들 호신용품 구매행렬
“물건 보고싶다” 오프라인도 북적
온라인선 한달새 판매 5배 늘기도
지난 6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총포사에서 점포 관계자가 가스총, 전기충격기 등 호신용품을 꺼내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주말 내내 인터넷에 ‘살인예고’ 글이 잇따르는 등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자 호신용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단 공포감이 불안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인터파크쇼핑에 따르면 서울 신림동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12일간 호신용품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123% 증가했다. 전월 동기와 견줘도 399%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11번가에서도 호신용품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202% 늘어났다. 직전 주인 지난달 9~21일보다는 2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쇼핑(7일 기준)에서도 호신용품이 주요 검색어 순위권에서 수일째 자리를 지켰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부천의 한 호신용품점에서 직원이 호신용 삼단봉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호신용품은 오프라인에서 취급하는 판매처가 흔치 않은 만큼 온라인에서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보안업계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림동 흉기난동 이후 한 차례, 또 서현역 칼부림 이후 재차 호신용품 수요가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의 한 호신용품 판매업자는 “신림동 사건 때까지만 해도 체감할 정도는 아니었고, 문의 전화만 조금 늘었다”며 “하지만 서현역에서까지 사건이 발생하자 실제로 와서 삼단봉이나 호루라기 등을 사 가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의 한 총포상 주인은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가스분사기는 비허가 제품이어서 효력이 떨어지리라 생각한 소비자들이 허가받은 제품을 구매하겠다며 문의 전화가 늘었다”며 “(제품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듣고자 찾아오는 손님들이 그만큼 많아졌다”고 말했다.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 경찰이 주요 도심에 특공대와 장갑차까지 배치했지만, 호신용품 수요는 당분간 늘어날 분위기다. 경찰이 매 순간 모든 이의 안전을 보장할 수도 없을뿐더러 언제 어디서든 범행이 일어날 수 있단 우려가 잠식되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총포사에서 점포 관계자가 전기충격기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더욱이 분당 서현역 사건 이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범행 예고 글이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모방범죄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부분이 ‘장난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해도 경찰이 지난 6일 정오까지 검거한 살인예고 글 작성자 수는 무려 46명에 이른다.

다만 전문가들은 호신용품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법적으로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어려운 점, 또 도리어 흉기난동범 등을 역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호신용품 구매에 대체로 회의적이다.

서울 도심 특별치안활동에 투입된 한 경찰관은 “평소 충분히 연습하지 않은 사람이 전기충격기 등을 꺼내 들었다가 용의자를 자극하거나 도리어 빼앗길 우려가 있다”며 “경찰이 시민의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가장 가까운 경찰에게 도움을 청해달라”고 조언했다.

최근 방검복을 구매했다는 한 30대 소비자는 “맞서 싸울 자신이 없어 전기충격기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도 최소한 죽지는 않고 싶다”며 “주변에 후추 스프레이 등을 구매했다는 이들도 여럿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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