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동지들, 김대중 존경하듯 박정희 공로 인정해야죠"
巨野는 표결로 밀어붙이고
與는 사정권력·거부권 의존
정치 복원해야 나라 되살아나
다르다는 것 인정하는게 시작
尹대통령 이제라도 이재명 만나
협치와 상생 정치로 나아가야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한 일간지에 실린 광고를 내보이면서 "정치가 거의 실종 상태"라며 한탄했다. 그 광고에는 보수단체들이 '이재명 세력 등 좌파 종북 무리를 소탕하라'는 취지의 주장이 담겨 있었다. 정 회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광고를 바라보면서 "정치를 복원해야 나라가 살 수 있다"고 되뇌듯 말했다. 특히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자체가 무시당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정치 실종'의 시대에 민주당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 회장으로 선출된 정 회장을 헌정회관에서 만났다. 정 회장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데 지금은 나만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데서 모든 게 시작한다"며 대화·설득·타협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민주당 동지들을 향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하듯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로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정치 원로답게 "예전에는 여야 당대표가 낮에는 싸우더라도 저녁에 서로 만나 '형님·아우' 하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해결점을 찾고는 했다"며 소위 '라떼는(나 때는)'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정치를 회복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는 의심할 수 없는 진심이 묻어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야의 대치가 심각하다.
▷국회 담벼락을 보면 여야가 서로 갖다 붙인 현수막이 있다. 서로 콧구멍을 쑤시는 거다. 내가 야당이면 여당이 갖다 붙인 것 보고 만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거꾸로 반대 당이어도 만나고 싶지 않게끔 써놨다. 서로 정치가 예민해져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같다. 야당은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여당은 사정 권력과 거부권에 의존한다. 마지막에 가서야 쓸 수 있는 것을 너무 일찍 쓰고 있다. 양당이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또한 지역 구도와 맞아떨어져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왜 이렇게까지 됐나.
▷정치라는 게 만남이 시작인데 만나지 않으니 이 모양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에 만남, 대화, 설득, 타협, 포용의 상생 협치가 줄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큰 요인이다. 취임 1년이 지났는데도 야당 대표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어땠나.
▷나는 20~21세기에 걸쳐 세계적인 지도자 중 두 사람을 존경하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다. 두 사람은 화해와 용서의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을 다섯 번 죽이려고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용서한다고 했다. 김대중이라는 사람은 대한민국을 화해와 용서로 큰 매듭을 풀고 지나간 위대한 정치인이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부를 정치로부터 배제했고, 고 김종필 전 총리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에 기여한 점이 역사에 크게 남는다.
―정치 원로들의 초당적 기구인 '삼월회'가 출범했다.
▷현재 계획은 윤 대통령을 비롯해 양당 원내대표와 당대표도 볼 생각이다. 대통령 측에는 벌써 얘기가 가 있다.
―민주당을 복원해야 한다고 했는데.
▷586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하나의 집단이 거의 모두를 지배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집단이 모여 여러 계층과 부류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의 모습이 되길 바란다. 박지원, 천정배 등이 출마한다고 하더라. 이들이 정치 복원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출마하라고 격려했다.
―협치가 구현되려면.
▷민주당 동지들에게 이런 충고를 드리고 싶다. 예컨대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산다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대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로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에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대통령을 보좌해 폭넓게 지혜로운 분들을 많이 만났으면 한다. 특히 총리든 대통령실이든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들어가서 대통령을 직접 보좌했으면 좋겠다.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치를 활성화해 정치로 풀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 있을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국정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의 역할이 절실하다. 정치의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든 대통령이 총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왔으면 한다. 무엇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 지도자와 국회의원, 시민 지도자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 특히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인정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보나.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본다. 야당은 정치보복이라고 하는데 재판을 봐야 한다. 정치적 수사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 결과를 보지 않고 얘기하는 것은 성급하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것은 틀림없다.
―헌정회장 임기 안에 꼭 풀고 가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그동안 헌정회는 그냥 친목단체였다. 이번에는 정치적 관여를 통해 정치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정치 실종 상태에서 대통령도 만나고 원내대표들도 만나 정치를 회복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 헌정회를 혁신시켜 참다운 국가 원로 기관으로 거듭나게 만들어 화해, 포용, 협치, 상생의 정치를 하도록 충고하는 역할을 해 나가겠다.
정대철 헌정회장
△1944년생 △1967년 서울대 법학과 학사 △1977~2004년 제9대·10대·13대·14대·16대 국회의원 △2003년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 △2015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2023년~ 제23대 대한민국헌정회장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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