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행진 마침표 찍은 '천금 대타 안타', 롯데 대기록 물꼬 텄다! 'KS 우승 포수' 방출생 기적 쓰나
이정훈은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에서 8회 말 6번 한동희 타석에서 대타로 출전했다.
이전까지 롯데 타자들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롯데 선발 애런 윌커슨이 6회까지 퍼펙트를 기록하는 등 7이닝 노히트를 이어갔지만, 타선이 한 점도 내주지 못하며 노 디시전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롯데는 4회 2사 1루에서는 안치홍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5회 기습번트 안타로 살아나간 고승민은 투수 견제구에 걸려 아웃됐다. 이어 7회 말 처음으로 맞이한 득점권 기회(1사 3루)에서도 연이어 범타로 물러났다.
0-0으로 맞서던 8회 말, 타석에 들어선 이정훈은 SSG 2번째 투수 문승원을 상대했다. 초구 몸쪽 포크볼을 잘 골라낸 그는 스트라이크존 낮은 쪽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커트해냈다. 이어 유인구로 던진 포크볼을 받아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터트렸다. 떨어지는 변화구에 한 손을 놓으며 배트를 내는 기술적 타격을 선보였다.
롯데는 이로써 KBO 리그 역대 3번째이자 팀 최초의 '합작 노히터'를 달성했다. 물론 이 기록은 윌커슨과 구승민, 김원중으로 이어지는 투수진의 작품인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정훈의 결정적인 안타가 아니었다면 승패조차 가늠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역시 숨은 공로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이정훈은 후반기 들어 좋은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11경기(5선발)에 출전한 그는 타율 0.409(22타수 9안타), 2볼넷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멀티히트 경기만 3차례가 되고, 대타로 나선 최근 2경기에서는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0시즌 도중 당한 무릎 십자인대 부상은 이정훈에게 큰 악재가 됐다. 포수로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으며 수비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된 것이다. KIA 관계자는 "우리 팀에서도 타격에서 기대를 모았던 선수였는데, 부상을 당하면서 자기 포지션이 없어진 게 컸다"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를 끝으로 KIA에서 방출당하고 말았다.
그런 이정훈에게 손을 내민 건 롯데였다. 지난해 11월 롯데는 투수 윤명준, 김상수와 함께 이정훈을 영입했다. 당시 구단은 "중장거리 타구 생산 능력 등 공격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영입이 결정됐다"며 영입 이유를 밝혔다. 이정훈은 "나에게 좋은 기회였고, 감사하게도 롯데에서 데리고 와주셨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정훈의 외야 수비 훈련을 도왔던 나경민 코치는 "외야를 거의 안 해본 선수여서 처음부터 어린 아이를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알려줬다"고 했다. 이어 "(이)정훈이가 워낙 센스가 있고 본인 스스로 노력을 많이 했다. 제로베이스다보니 오히려 성장 속도가 빨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코치는 "정훈이가 정수빈, 박해민처럼 할 순 없다. 자기 범위 안에서 안정적으로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래리 서튼 감독 역시 "(외야에서) 안권수나 김민석 같은 모습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군에서 담금질을 이어간 이정훈은 결국 지난달 11일 1군에 전격 콜업됐다. 다음날 롯데 입단 후 첫 타석에서 곧바로 홈런을 쏘아올린 그는 이후 1군에서 좋은 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감은 나쁘지 않다. 준비도 잘했고 팀에 누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은 "감사하게도 롯데에서 데리고 와주셨기 때문에 선수생활 끝까지 롯데에서 하고 싶다"며 "야구장에서만큼 웃으면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남은 시즌의 각오를 밝혔다.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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