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K-갯벌의 가치

2023. 8. 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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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도 있다. 진흙탕 야영장, 습한 찜통더위에 해충까지 최악의 상황을 충분히 대비해야 했다. 새만금 사업도, 그리고 그 정당성과 성공을 포장하기 위한 잼버리도 모두 욕심에서 비롯된 실패임은 자명하다.

새만금은 내가 갯벌을 공부하게 된 계기를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장소다. 학부 실습 때 새만금 간척사업의 폐해와 갯벌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촬영에 참여하게 됐다. 하필 장소가 이번 잼버리 야영장인 부안 갯벌이었다. 나와 친구들은 갯벌에서 뒹굴며 개흙을 파고 저서생물을 잡는 '뻘짓'에 열연했다. 힘들었지만 재밌었고, 한편 가슴이 뭉클했다. 그렇게 갯벌에 차츰 빠져들었다.

새만금 사업 30년이 지났지만, 끝은 보이지 않는다. 미래도 불확실하다. 우리는 계속해서 새만금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기록해왔고, 또 언젠가는 복원될 것이란 희망으로 추적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래서 새만금 갯벌의 숨겨진 가치를 계속 찾고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은 숙제다.

사실 갯벌의 가치를 잘 몰랐던 과거, 갯벌은 버려도 되는 '쓸모없는 땅'이라 인식했다. 그래서 갯벌은 대규모 간척과 매립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 자연해안선이 아름답던 서남해가 긴 콘크리트 방조제로 가득 찼다. 그중 33.9㎞ 새만금 방조제는 세계 최장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이름까지 올렸다. 지난 40년간 매립된 갯벌 면적이 현재 남아 있는 자연 갯벌 면적과 비슷하다면 믿겠는가? 서울시 면적의 4배에 달하는 엄청나게 큰 광활한 갯벌은 모두 사라졌다.

사라진 갯벌과 함께 수많은 해양생물도 비운을 맞이했다. 방조제 내부에 갇힌 물은 천천히 썩어갔고 산소 부족과 수질 오염으로 신음하던 해양생물은 간척지 내부 갯벌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자연, 갯벌이 주는 생태계서비스 가치도 당연히 줄어들었다. 2018년 보고에 따르면 매립된 갯벌의 경제적 손실은 연간 8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2021년 발표된 한국 갯벌의 가치 연간 18조원을 고려하면 그 손실액은 더 커질 것이다.

다행히 최근 블루이코노미, 블루ESG 등 '바다'의 경제적 중요성이 재조명받고 있다. 그만큼 '갯벌'에 대한 국민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 갯벌의 생물다양성, 한국 갯벌의 강력한 탄소흡수 능력, 그리고 한국 갯벌의 탁월한 생태계서비스 가치 등 몰랐던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가 말했던 스타와 '슈퍼스타'의 차이처럼 갯벌 '바람'은 당분간 더 거세질 것 같다.

작년 이집트에서 개최된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참석은 내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참여자 대부분은 행정가였다. 나는 그들 앞에서 한국 갯벌의 블루카본 잠재력에 대해 발표했다. 평소 학회와는 분위기도 반응도 사뭇 달랐다. 과학적 성과 교류만큼 외교적, 정책적 소통이 필요함도 실감했다. 나아가 과학, 정책, 언론의 삼박자가 중요함을 깨달은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제 해양학도 국민에게 인기 있는 대중과학이 되기를 바란다.

[김종성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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