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캠프’ 출신 국정원 인사, ‘자유총연맹이 최대주주’ 한전산업개발 사장 내정

문광호 기자 2023. 8. 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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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통일신문 논설위원 등 외교·국방 분야 활동
발전설비 운전·정비 등과 무관···‘무자격 인사’ 의혹
한전산업개발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 함흥규 전 국가정보원 감찰처장이 발전 5사 최대 협력업체인 한전산업개발 대표이사로 내정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한전산업개발 내에서는 함 전 처장의 이력이 발전설비 운전·정비 등 회사의 업종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최대 주주이자 매년 약 20억원의 배당금을 받는 한국자유총연맹이 내리꽂은 ‘무자격 인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자유총연맹 측은 “CEO(최고경영자)는 큰 틀을 아는 게 중요하다”며 정치적 인연 등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한전산업개발은 함 전 처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오는 11일 선임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한전산업개발이 지난달 26일 낸 주주총회소집공고에 따르면 한전산업개발은 오는 10일 함 전 처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을 의결한다. 김평환 현 한전산업개발 대표이사도 2020년 8월10일 임시주주총회 결과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다음날인 11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절차를 밟았다. 함 전 처장도 오는 11일 이사회 결의로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제기되는 지점은 한전산업개발의 주요 업무인 화력발전소 연료공급 및 환경설비의 운전·정비와 무관한 함 전 처장의 이력이다. 함 전 처장은 1990년부터 2018년까지 국정원에서 감찰처장 등 보직을 역임했고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통일신문 논설위원, 2019년 10월 적성검사 솔루션 개발 업체인 한국사회교육진흥원 이사장을 지냈다. 주로 외교·국방 분야에서 활동했을 뿐 발전 분야 등에서 경영가로서 능력을 보여준 적은 없다.

한전산업개발 이사회는 주주총회소집공고에서 “후보자는 오랜 기간에 걸친 공직활동 경력을 바탕으로 본연의 직무를 탁월하게 수행했다”며 “풍부한 경험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공헌하며 장기적으로 회사의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로 판단돼 추천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함 전 처장이 한전산업개발 최대주주인 자유총연맹이 내려보낸 ‘비적격 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 지분 31%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다. 이사회(9명) 구성도 자유총연맹 몫이 5명, 2대 주주인 한국전력 몫이 4명이다.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왼쪽)와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이 2일 서울시 중구 자유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평화통일 추구와 한반도 화해·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협약 체결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 전 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선거대책본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특별위원회 국정원(NIS) 분과위원장을 맡았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전 의원인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과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함 전 처장은 백 회장과 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백 회장의 외교·안보분야 행사에 주로 참석했다”고 전했다.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는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모임 ‘마포포럼’에서 백 회장과 교류해왔다. 두 사람이 각각 속한 자유총연맹과 전쟁기념사업회는 지난 2일 ‘평화통일 추구와 한반도 화해·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함 전 처장의 한전산업개발 대표이사 내정에 여권 내 사적 친분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으로부터 매년 수십억대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 국세청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로부터 배당금 21억원을 받았다.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상 지난해 자유총연맹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 등으로부터 받은 보조금 수익이 42억7961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배당금이다. 한전산업개발 측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속된 말로 자유총연맹은 우리에게 빨대를 꽂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통제하기 쉬운 낙하산 인사들이 (이사로) 많이 왔었다”고 주장했다. 배당금을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 경영 능력보다는 통제가 가능하고 정치적으로 코드가 맞는 인물을 대표이사로 원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 김평환 대표이사도 자유총연맹 사무총장 출신이고, 주복원 전 대표이사는 김경재 전 자유총연맹 총재와 가까운 관계라는 점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전산업개발 내부에서는 전문경영인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정부 코드 인사가 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한 인사는 “세계적으로 화력발전소가 폐쇄되는 산업적 측면과 맞물리다 보니 경영을 정상화하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함 전 처장에게 그런 능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배당금도 부담이다. 자유총연맹에 주는 배당금도 (없는 돈을) 거의 쥐어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동혁 자유총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우리가 여기(한전산업개발)에 사장을 보낼 때는 출자관리위원회가 열린다”며 “여기서 다각적으로 업무 역량이나 이런 것을 심의위원들이 다 질의응답을 통해서 그런 면에서 (소신이) 확고하고 잘 알고 있다고 (함 전 처장을) 평가했다”고 말했다. 신 총장은 “또 CEO라는 것은 큰 틀을 아는 게 중요하지 않나”라며 “앞으로 산업의 동향이라든지, 한전과 관련된 업무니까 그런 쪽의 영업맨으로서 회사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역할을 고려해서 선정한 거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 총재 등 정치권의 사적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총재는 출자관리위원회 위원도 아니니까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배당금에 대해서는 “회사가 잘 나가야 배당을 하는 거지 회사가 잘 못 나가면 배당도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거기 이사회에서 결정이 되는 거지 저희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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