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통보→하루 뒤 변경' 오락가락 잼버리…멍든 축구판(종합)

잼버리 K팝 콘서트, 전주 아닌 서울서 진행
전북·인천 등 구단은 물론 팬들도 피해 입어

4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텔타구역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천막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23.8.4/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오락가락' 졸속행정이 축구판에 큰 상처를 남겼다.

K팝 콘서트와 폐영식을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하겠다고 통보한 것부터 문제의 시작이었다.

최근 미숙한 운영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지난 6일 기존 일정과 장소를 다급히 변경, 11일 새만금 캠프장 내에서 열 예정이던 K팝 콘서트와 폐영식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주월드컵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전북 현대에 불똥이 튀었다.

전북은 당장 이번 주 예정된 홈 2경기를 안방에서 치를 수 없게 됐다. 전북은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FA컵 4강 1차전을 치르고, 12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수원 삼성과의 K리그1 경기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장소 변경 혹은 일정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한 나라의 최고 권위 대회인 FA컵과 최상위 프로축구리그인 K리그가 단숨에 '처치 곤란'한 상태가 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KFA)는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전례가 없을 만큼 비상식적 상황인데다 경기 날짜까지 시간이 촉박해 대안 마련이 쉽지 않았다. 전북과 상대 팀 역시 급작스러운 변경에 경기 준비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러던 중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7일 태풍 카눈의 상륙에 대비해 잼버리 참가자들을 8일부터 수도권으로 이동시키기로 결정했다. K팝 콘서트 역시 서울월드컵경기장 둥에서 진행하는 방안으로 검토했다.

결과적으로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축구 경기 개최가 다시 가능해졌지만, 하루 동안 축구판을 뒤집어놓은 잼버리의 오락가락 졸속행정은 이미 큰 혼선을 주고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단과 축구팬들이 입었다. 선수들은 급작스러운 변수 탓에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팬들 역시 K리그와 FA컵을 무시하는 처사에 단단히 화가 났다.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FC서울과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인천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3.2.25/뉴스1 ⓒ News1 DB

6일 전주에서 전북 원정을 치른 뒤 9일 FA컵까지 이어서 치를 준비를 모두 마쳤던 인천은 더 혼란스럽다.

인천 관계자는 "오늘 오전 전북 구단으로부터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중립 경기로 치러도 되겠느냐는 공문을 받았다. 그리고 정오 무렵에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FA컵 일정을 연기하겠다는 공문을 받았다"면서 "협회의 공문이기에 선수단은 숙소와 훈련장 등을 모두 취소하고 전주를 떠나 인천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길 위에서 콘서트 장소가 다시 변경됐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당혹스러움을 전했다.

인천으로선 잼버리의 졸속행정에 더해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에도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인천 관계자는 "FA컵 관련 규정에 홈 팀이 경기를 치르지 못하면 원정 팀의 홈 구장에서 치르도록 돼 있는데, 대한축구협회는 이와 관련해 논의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한다는 공문만 보냈다"고 호소했다.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 개막식이 열린 13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막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2023.5.13/뉴스1 ⓒ News1 DB

안방서 상황을 주시하던 전북 역시 상처를 입었다.

전북은 급작스러운 외부 변수로 FA컵 4강전 티켓 예매분을 모두 환불해주며 적지 않은 금액의 수수료를 물게 됐다. 관련해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원활하게 되지 않을 경우 마땅히 하소연할 방법도 없다.

또한 만약 예정대로 다시 경기가 치러질 경우 이틀 안에 다시 티켓 예매를 시작하고 개최 준비 등을 마무리해야 한다.

전북 관계자는 "우선은 대한축구협회가 다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기다리고 있다. 동시에 만약을 대비해 FA컵 홈 경기 개최 준비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 조기 퇴소 결정에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호텔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 2023.8.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잼버리가 콘서트를 전주에서 서울로 변경한 소식은 들었다. 공식적인 발표가 나온 뒤 적절한 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2일 열릴 예정이던 전북-수원의 리그 경기는 아직 티켓 판매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일부 수원 팬들은 여름휴가 등에 맞춰 숙박과 기차 예매 등을 마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기가 취소될 것이라는 공지에 이를 모두 취소했는데, 다시 경기가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이 높아져 역시 혼란스럽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새로운 상황에 따른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다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만약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가 열리지 않는다면 12일 경기를 치르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전북현대 선수들이 30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FA컵 시상식에 앞서 팬들과 함께 오오렐레를 부르고 있다. 2022.10.30/뉴스1 ⓒ News1 DB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