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점유율 고작 2%... 베트남서 자존심 구긴 스타벅스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12% 성장하는 등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지만, 베트남에서만큼은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현지 커피 전문점보다 비싼 가격, 베트남 현지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 원두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베트남에서 생각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신 베트남에서 스타벅스를 찾는 이들은 커피 맛이 아닌 내부 인테리어, 스타벅스가 만든 상품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방송은 6일(현지 시각)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을 인용해 지난해 베트남 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점유율은 2%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은 92곳으로 인구 백만 명당 1개 미만이다. 이웃 국가인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스타벅스 매장이 인구 백만 명당 각각 7개, 2개를 차지하고 있는 것보다 적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커피 수출국인 베트남에서 스타벅스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현지 브랜드보다 높은 가격이 꼽힌다. 스타벅스의 톨 사이즈 음료 가격은 3.8달러(약 5000원)다. 평균 월급이 345달러(약 45만원)인 베트남인이 매일 마시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베트남 곳곳에서는 길거리에서 커피를 파는 상인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베트남인들은 값싼 가격에 작은 플라스틱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즐긴다. 때때로 노점 커피점은 바닥에 신문을 깔고 손님을 맞는다. BBC는 “베트남에서 커피는 사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트람 응우옌은 “베트남 현지 커피숍에서 질 좋은 커피를 반 값에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스타벅스는 베트남인들이 선호하는 커피 맛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트남인들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인 19세기에 커피를 처음 맛봤다. 당시 베트남에 들어온 커피는 아라비카 원두였으나, 베트남의 덥고 습한 기후, 토양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후 프랑스인들은 베트남에서 잘 자랄 수 있는 로부스타 원두를 들여왔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에 비해 카페인이 더 많고 향과 쓴맛이 더 강하다. 베트남이 매년 소비하는 커피의 97%(약 20만톤, 1인당 2kg)는 로부스타 원두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100% 아라비카 원두를 쓴다.
또한, 스타벅스 메뉴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다채로움을 제공하지 못한다. 1940년대 하노이에서 설립된 현지 커피전문점인 ‘에그커피’는 베트남에서 우유 공급이 부족했을 당시 커피에 우유 대신 계란을 넣어 커피를 만들었다. 현재 일부 베트남 현지 커피전문점은 커피에 계란 노른자, 요거트, 과일까지 넣은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현지 브랜드인 ‘콩커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료는 커피에 코코넛 크림, 연유, 얼음을 넣은 ‘컵파 코코넛 커피’다. 다낭에 거주하는 게임 전문가 트랑 두는 “스타벅스 메뉴는 다양하지 않다”며 “하루에 커피를 세 잔 마시지만, 스타벅스 커피는 부드럽고 커피 맛이 거의 나지 않아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베트남 사람들 일부는 커피가 아닌 매장 인테리어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기 위해 스타벅스를 찾는다. 26살의 투 안 레는 호찌민시 중심부에 있는 스타벅스를 종종 찾는다. 그와 그의 친구들은 사진 촬영을 위해 차려입고 스타벅스를 찾아 셀카를 찍는다. 그는 “스타벅스에서 찍은 사진은 내 인스타그램을 더 멋지게 보이게 한다”며 “스타벅스가 5성급 호텔처럼 고급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스타벅스는 BBC에 “베트남에 대한 장기 투자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 베트남에서 수익성이 있는지 언급을 피했다.
한편, 베트남은 글로벌 커피 브랜드의 무덤으로 불린다. 미국 커피 체인인 커피빈은 베트남 진출 15년 만에 15개의 매장만 남기고 철수했다. 중국의 커피 체인인 멜로커피는 최근 4년 만에 베트남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호주의 커피 체인인 글로리아진스는 지난 2017년 베트남 사업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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