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서 '이중항체' 성공 맛 본 암젠...폐암 신약 시동

원종혁 2023. 8. 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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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E 항체 적용 '탈라타맙', 백혈병약 '블린사이토' 후발 주자 평가
항체면역 시스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차세대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소세포 폐암 신약이 2상 임상시험에서도 높은 치료효과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치료제는 글로벌 생명공학회사 암젠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이중특이성 T세포 관여항체(Bispecific T-cell Engager, 이하 BiTE)' 기술을 핵심으로 한다. 회사가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한 백혈병 치료제 '블린사이토(성분명 블리나투모맙)'의 뒤를 잇는 2탄격 BiTE 신약으로 평가된다.

암젠은 최근 올해 2분기 실적 보고에서 자사의 BiTE 기술 플랫폼을 적용한 신약 '탈라타맙(tarlatamab)'이 난치성 소세포 폐암 환자 대상의 글로벌 임상 2상에서 높은 치료효과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두 가지 이상의 항암제를 투여한 뒤 병이 재발하거나 약이 듣지 않는 소세포 폐암 환자에게 탈라타맙을 투여했더니 일부 환자에게 '사이토카인 폭풍'을 비롯한 부작용이 있었지만, 암의 크기가 줄어드는 등 객관적 반응률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암젠은 "앞서 시행된 1상 임상에서 관찰된 효과를 뛰어넘는 결과로 BiTE 항체 기술의 효과를 그대로 보여준다"며 "사이토카인 폭풍 이외에 새롭게 발견된 안전성 이상신호는 없었으며, 치료제 반응률 및 전반적인 생존율 개선효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규제당국과 미팅을 준비하고 있다"며 "탈라타맙에 대한 세부 임상 분석 결과는 하반기 국제 암학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탈라타맙의 가속승인 신청 여부에 대해선 아직 내부적으로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암세포 사멸 효과 두드러져...'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 해결은 과제

탈라타맙에 적용된 BiTE 항체 기술은 항암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체내 면역 T세포를 암세포에 가까이 위치시켜, 암세포의 면역 회피반응을 무력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해당 항체에 의해 T세포가 활성화될 경우, T세포는 신호전달 단백인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해 더 많은 T세포를 암세포 주위로 몰리게 만들어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이로 인해 약물을 투약한 환자에서는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이라고도 불리는 사이토카인 폭풍 이상반응이 관찰되기도 한다. 이는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단 연초에 발표된 오픈라벨 1상 임상시험에선 탈라타맙의 치료 효과가 긍적적으로 확인됐다. 탈라타맙 치료군에서는 23.4%의 객관적 반응률과 함께 1년 이상 치료 반응이 지속됐다. 또한 탈라타맙을 투여한 107명의 환자에서 질병 조절률은 51.4%로 보고됐다.

하지만, 주요 부작용인 사이토카인 폭풍과 관련해선 치료제의 안전성에 물음표가 달렸다. 해당 임상 분석 결과, 탈라타맙 치료로 인한 부작용은 약물 치료를 받은 환자 107명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했으며,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은 52.3%의 환자에서 나타났다.

더욱이 12명의 환자에서는 3등급 이상의 신경학적 부작용이 보고됐으며, 2명의 환자는 신경학적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암젠은 "최근 분석한 2상 결과에선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 등 중증 부작용 발생률이 낮은 수준으로 나왔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수치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암젠은 소세포 폐암 환자에 2차 치료제로 탈라타맙과 항암화학요법을 저울질하는 3상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초기 단계의 소세포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잡은 글로벌 임상 2건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암젠은 미래 먹거리로 BiTE 분자 플랫폼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탈라타맙에 앞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로 최초 허가를 받은 블린사이토 역시 해당 BiTE 기술을 적용한 항체의약품으로 등록됐다.

국내에서 블린사이토는 올해 5월부터 미세잔존질환(MRD) 치료 목적으로 유도요법 1주기가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고 있다. MRD가 0.1% 이상인 18세 이상 성인 필라델피아 염색체 음성 전구B세포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 환자가 주요 처방 대상으로 잡혔다.

원종혁 기자 (every8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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