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팽창은 암흑에너지 아닌 제5원소 때문"…기존 '우주론 표준모형' 뒤집나

박건희 기자 2023. 8. 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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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에너지는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시킨다고 알려져 있는 '미지의 힘'이다.

그런데 이 암흑에너지가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우주상수와 들어맞을 확률이 매우 낮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연구팀은 "우주의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는 우주상수가 아니라, 일종의 '제5원소'여야 한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론 연구에 두 가지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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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범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국제공동연구팀
우주론 표준모형을 대체할 새로운 우주모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게티이미지뱅크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시킨다고 알려져 있는 '미지의 힘'이다. 그런데 이 암흑에너지가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우주상수와 들어맞을 확률이 매우 낮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기존 우주론 표준모형(ΛCDM)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고등과학원(KIAS)은 박창범 물리학부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우주상수의 상태방정식 값인 '-1'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8일자에 게재한다고 7일 밝혔다.

우주론 표준모형이라고도 불리는 ΛCDM은 '람다(Λ) 차가운 암흑물질' 모형이다. 빅뱅 이후 현재까지의 우주 발달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그리스 문자인 람다는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를 가리킨다. 

우주상수는 ΛCDM 모형 안에서 암흑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도입됐다. 1998년 우주물리학자들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암흑에너지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우주 공간의 약 68%를 차지하는 암흑에너지가 중력과 반대되는 힘으로 물질을 강하게 밀어내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주상수는 기체의 압력과 밀도의 비율인 '상태방정식' 값을 측정한다. 지난 20년 간 물리학자들은 큰 규모의 물질 밀도의 요동(물체가 일정한 평형 상태나 수치에서 조금 벗어나는 것), 초신성의 밝기, 바리온음향진동 크기 등 다양한 관측을 이용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과 우주공간의 곡률을 측정해왔다. 

지금까지는 그 모든 결과가 오차 범위 안에서 우주상수의 상태방정식 값인 '-1'에 부합했다. 이에 따라 ΛCDM 모형은 표준 우주모형이라고 불리게 됐다.

그러나 이번 국제공동연구진의 분석 결과,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은 우주상수의 상태방정식 값인 -1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슬로운디지털천구측량(SDSS)의 자료로 우주의 팽창 역사를 측정한 결과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은 -0.903이고, 불확실성은 0.023이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상태방정식 값이 -1인 우주상수 모형과 부합할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고 결론지었다. 

연구팀은 "우주의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는 우주상수가 아니라, 일종의 '제5원소'여야 한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론 연구에 두 가지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구한 우주의 팽창 역사와 우주배경복사 관측으로부터 얻은 초기 우주의 팽창 역사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며 "기존 모형에서의 암흑에너지의 양과 특징을 약간 바꾸는 정도로는 상반된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 연구처럼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이 -1보다 클 경우, 허블상수 관측값 불일치는 기존 우주 모형에서보다 심각해진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현재 ΛCDM 표준 우주 모형 외에도 다양한 암흑에너지와 우주 모형이 존재하는데, 이중에는 이번 연구에서 구한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가지면서 동시에 허블상수 관측값 불일치도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이론도 여럿 존재한다"며 "지난 수십 년 간의 ΛCDM 표준 우주 모형이 일궈낸 성과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이번 연구 결과도 잘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우주 모형을 만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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