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과 손잡고 코리안 록 정립할 겁니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노래 산울림)고 외치던 로커는 어느새 매일 자전거를 타고 방송국에 출근하는 라디오 DJ가 됐다. 하지만 다시 기타를 잡는 순간 그는 세상 누구보다 해맑은 젊은이로 되돌아갔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록을 지켜온 김창완(69)의 오늘은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지난 6일 2023 인천 펜타포트록페스티벌 마지막 날 현장에서 만난 김창완은 "헤드라이너라니 영광"이라며 "산울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대규모 록 페스티벌은 먼 나라 이야기였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펜타포트에 많은 팬도 생기고 국제적으로도 성과를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며 입을 뗐다. 1973년 동생들과 산울림을 결성한 뒤 1977년 데뷔한 그는 까마득한 후배인 새소년이 공연을 펼치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이어갔다.
록 음악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시대고 요즘에는 그를 배우나 라디오 DJ, 화가 정도로 아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산울림이 해체된 뒤에도 김창완밴드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여전히 록에 대한 뜨거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관객들도 익숙해질 만한 레퍼토리에서 조금 벗어나려 하다 보니 오늘은 산울림 초기 곡들도 세트리스트에 많이 넣었는데 오랜만에 연습하려니 어렵더라. 관객들과 어떤 케미를 불러일으킬지 궁금하다"던 그는 "마지막 곡으로는 평창올림픽 폐막식에서도 했던 아리랑을 준비했다. 안은경 태평소 명인을 초청해 만파식적 같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공연을 앞두고 신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익숙한 곡들도 있지만 과거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올드 팬들을 위한다며 추억 파먹기를 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고 못 박은 김창완은 "그분들의 청춘을 내가 돌려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그분들을 지레 늙게 만드는 것이고 그보다는 더 순수하게, 그야말로 초심을 가지고 정진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보답"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대로 그는 젊은 뮤지션들과 협업도 끊임없이 하고 있고, 다른 음악에도 귀를 열어두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유와 김필, 이디오테잎, 잠비나이 등과 음악을 만들어온 김창완은 "산울림은 어차피 이제 없는 밴드"라면서 "이제 김창완밴드로서 꼭 하고 싶은 것은 '코리안 록'의 정립이다. 이를 위해서는 후배 가수들과의 협업, 세대 간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과 일주일 전에도 클라우스 노미라는 독일 출신 뮤지션의 음악을 듣고 놀랐다"는 그는 "나름대로 록의 선두주자이자 첨병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싶다. 이제는 제로 그라운드에서 다시 록을 정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하반기에는 공연을 많이 잡아뒀으니 신곡도 써야겠다. 너무 후배들 등에만 업혀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온 그는 록으로 젊은이들에게 전하고픈 것이 아직도 많아 보였다. 지난 몇 년 사이 발표한 자신의 곡들을 두고 "내가 메시지에 휘말렸던 것 같다. 이제 강요하는 것보다는 스며들 수 있는 음악으로 다가가고 싶다"고 반성하듯 말한 그는 "언젠가 록이 젊은이들에게 서자가 아닌 적자 대접을 다시 받았으면 좋겠다. 젊음과 자유가 함축된 것이 록 스피릿인데 이것들이 점차 젊은이들에겐 희망 사항이 돼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젊은이들에게 하고픈 말을 묻자 "고분고분하지 말라, 그리고 순수하라"고 두 가지를 던진 그는 "그 대상이 기성세대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의 세상이 탁한 모습을 보여주고 탁한 일을 경험시키겠지만 분노를 가라앉히고 그렇게 세상을 보는 자세가 소중하다. 산울림은 그렇게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자신의 뜻을 말이 아닌 행동과 음악으로 전하겠다는 그는 좀처럼 현역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매일 라디오 방송을 하러 목동까지 20㎞ 정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데 한쪽 다리 없이 외발로 자전거를 타는 분을 만나 손으로 인사를 건네곤 한다"고 말한 그는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라도 하자는 거다. 자전거 페달을 굴릴 수 있다면 계속 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말과 함께 공연을 위해 떠난 그는 긴 말 없이, 자신의 음악으로 인천에 모인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인천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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