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일하는 노인을 예우하는 나라
기업·정부 나서서 고용보장
축적된 경험 살릴 기회 제공
65~69세 취업률 50% 넘어
'보여주기식 고용' 급급한 韓
인력난 해결 위해 日 배워야
3년여간 경제·정치·외교안보 등 일본의 여러 사안을 지켜보며 '일본 같은 선진국이 왜 이러나' 싶은 부분이 있었지만, '우리가 참고하고 배울 만하다'는 분야도 있었다. 전자로는 마이넘버(주민등록)카드에 건강보험증을 일체화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정보가 연결되는 등 디지털화 혼란이 나타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정보기술(IT)을 들 수 있다.
후자, 즉 우리가 참고할 분야로는 고령화 선배인 일본에서 기업이 60세 이상 인력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갖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봤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가 배경에 있겠지만 상당수 일본 기업이 60대 이상 인력에 '숙련 인력'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으며, 이는 확산돼 가고 있는 것 같다.
고령자 고용에 관심을 가지고 '시니어 인력' 활용으로 주목받은 대형 가전 할인점 노지마의 노지마 히로시 사장을 1년 반 전 인터뷰했다. 당시 그는 "판매, 점포 개발, 본사 업무 등 시니어 직원이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활약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2021년부터 고용 연령 상한을 폐지했고 현재 70세 이상이 30여 명, 80세 이상이 3명 일하고 있다.
스미토모화학은 현재 60세인 정년을 내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올려 최종적으로 65세로 만들기로 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60세 이상 직원의 임금을 59세 말과 같은 수준으로 맞출 계획이라는 점이다. 당초 이 회사는 60세 이상의 경우 희망자를 다시 채용해 왔는데, 보수가 현역 때의 40~50%였다. 급여 수준을 맞추는 새 제도를 시행하면 60세 이상 직원의 급여가 두 배 정도로 높아지는 셈이다. 무라타제작소는 64세까지 정년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들에게 59세 이전 임금 체계를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런 변화는 '보여주기식 고용'에서 나오기 힘들 듯하다. 시니어를 이윤 창출 등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숙련된 인력으로 보지 않는다면 도입되기 어려운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일본 정부도 인력 부족에 대응하고 연금·복지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시니어 인력 고용 제도 개선에 적극적이다. 2006년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2021년 4월부터 고용주에게 '70세까지 취업 기회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의무화했다. 그 결과 일본 기업 중 70세 이상이어도 일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춘 기업은 지난해 기준 39%로 10년 새 두 배가 됐다. 또 지난해 65~69세 취업률은 10년 새 14%포인트 상승한 50.8%로 사상 최고였다.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 노인의 투표권 제한이나 폄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 나왔다. 이런 발언이 아직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고령화 선배인 일본의 '시니어 인력을 보는 자세와 활용'에서 우리가 참고할 점이 많다.
[김규식 도쿄 특파원 kim.kyusi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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