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다문화 군대'가 필요한 이유
다문화 사회 이행은 한국 사회의 시대적 흐름이다. 그중 국토 수호라는 목표로 다양한 인종과 국적 출신을 통합해 국방력을 창출하는 다문화 군대로의 이행은 한국 사회의 큰 과제가 되었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매년 입대하는 다문화 장병 수는 8000명 이상이며, 2030년에는 전체 병력의 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군 정신전력 근간이 민족에 대한 충성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정체성으로 이동해 국방력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은 미군의 다문화 군대 이행의 중요한 전기가 되었다. 그 배경에는 터스키기 에어맨(Tuskegee Airmen, 제332 전투비행대대)이라는 흑인으로만 구성된 비행대의 활약이 있었다. 1930년대 말 루스벨트 대통령의 권고와 시민운동 덕에 흑인도 전투기 조종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미군 내 흑인 장병에 대한 공공연한 차별이 존재했다.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중 터스키기 에어맨 비행대대는 독일군을 상대로 112대의 공중 격추 및 298대의 지상 파괴 전과를 거두는 혁혁한 공을 세움으로써 그동안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계기를 만들었다.
다문화주의의 세계적 권위자인 윌 킴리카 교수는 다문화주의의 성패를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인정해주고 그들을 배제하지 않는 평등한 참여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군대가 다양한 문화적·인종적 배경을 토대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체득하는 기회의 장소이자 사회적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가 된다면, 제대 후 민간인이 된 이후에도 동원전력의 핵심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다문화주의가 뿌리내리는 데도 큰 토대가 될 것이다.
미국의 1센트와 5센트짜리 동전에는 'Out of many, Many One'이 새겨져 있는데, 최초에는 미국이 13개 주가 모여 국가를 이룬 건국 정신을 기리는 의미였다. 그리고 현재는 미국이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로 구성됐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인종과 민족을 포함하는 구심점일 것이다. 한국군이 직면한 다문화 군대는 미군과의 역사적 경험과 인종 구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군대에서 평등한 복무 여건을 제공하고 능력에 맞게 대우하는 것이 다문화 군대 이행의 핵심 요소일 것이다.
[서원희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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