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기상의 시대] 습한 폭염, 뜨거운 밤이 건강엔 심각한 위협

김양혁 기자 2023. 8. 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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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40년 온도 관측 이래 역대 가장 더운 달
습도 높고 밤에도 더워 열 식힐 시간 줄어
심혈관 부전·열사병 질병부터 목숨도 위협
극심한 더위에 인체가 체온을 낮추지 못하면 세포와 장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진은 미국 남서부 지역이 최대 45도에 달하는 온도로 적색으로 표시된 모습. /나사(NASA) 지구 천문대

지난 7월은 1940년 온도 관측 이래 역대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 기록 경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역대 가장 더웠던 10년 중 9년은 최근 10년 내 발생했다.

‘적응의 동물’인 인간마저도 더위에 무릎을 꿇고 있다. 낮 시간 폭염과 높아진 습도에 시달린 몸이 밤에도 열대야로 체온을 떨어뜨릴 시간이 줄면서다. 장시간 더위에 노출된 사람이 체온을 낮추지 못하면 세포와 장기에 영향을 받는다. 심혈관 부전과 열사병 같은 질병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에서만 폭염으로 6만2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상자까지 더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뉴스(Science News)는 7일(현지 시각) 극심한 더위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소개했다.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크리스티 에비(Kristie Ebi)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신체는 매우 좁은 범위 내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체온을 낮추지 못하면 세포와 장기가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은 1940년 온도 관측 이래 역대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 기록 경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역대 가장 더웠던 10년 중 9년은 최근 10년 내 발생했다. 사진은 국립대구과학관 실내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기후위기가 찾아온 지구를 나타내는 SOS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에비 교수는 지난 2021년 동료들과 국제 학술지 ‘랜싯’에 “지속적인 폭염은 인체에 부담을 줘 영구적 부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폭염으로 습도가 더위를 식히는 능력을 제한하고, 밤이 더워져 휴식과 회복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높은 습도와 열대야로 인체가 더위에 대응하는 능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체가 체온을 유지하는 방법은 땀을 흘리거나, 피부로 많은 피를 보내는 등 크게 두 가지다. 체온이 오르면 피부 땀샘이 모공에서 염분을 배출하고, 이 물이 증발하며 열을 흡수해 몸을 식힌다. 땀을 흘리는 원리다. 또 혈관을 확장하고 심장이 빨리 뛰게 해 혈액을 피부 표면으로 보낸다. 더울 때 사람들의 얼굴이 붉어지는 이유다. 혈액이 신체 여러 부위로 분산하면 주변 공기로 열을 분산할 수 있다.

그런데 세계 전역이 들끓으면서 인체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습구온도’ 35도를 인간의 안전 상한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습구온도는 온도계 수은주 위를 젖은 솜으로 감싸 습도와 온도를 합쳐 측정한 값이다. 냉방기구 도움 없이 습도를 고려해 생존할 수 있는 온도를 의미한다.

기후과학자인 다니엘 베첼리오(Daniel Vecellio)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국제학술지 ‘응용 생리학 저널(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을 통해 18~34세 24명을 대상으로 열 스트레스를 추적한 결과 “30~31도에 가까운 온도에서 시험자들이 견딜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인체가 버틸 수 있는 습구온도보다 더 낮은 것이다.

지구는 단순히 더워질뿐 아니라 인체가 감당할 수 없는 방식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높은 습도와 밤까지 이어지는 더위로 몸에 열을 식히는 시간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위와 높은 습도, 열대야는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심장이 일하는 동안 심장에 혈액 공급이 줄어들며 몇 시간 동안 심장의 산소 부족과 결국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병이나 폐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더 취약하다.

체온이 40도를 넘게 되면 열사병을 앓을 수 있고 세포가 죽고 장기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형적으로는 피부 화상을 겪을 수 있고, 심할 경우 발작까지 발생한다. 이는 영구적인 장해를 겪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땀을 흘린 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탈수증을 유발할 수 있다. 탈수증은 혈액을 걸쭉하게 만들어 심장에 무리를 주기도 한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레이첼 코틀(Rachel Cottle)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습도가 몸을 식히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어 위험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과학자로 기후 위기를 연구하는 켈튼 마이너(Kelton Minor) 컬럼비아대 교수도 “계절, 인구 통계와 다양한 기후 환경에 걸쳐 높은 온도는 수면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마이너 교수팀은 지난 4월 의학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에 “더운 밤에 개인은 덜 자고 더 오래 잠들고 더 일찍 일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다른 연구에서는 수면 부족이 심혈관 건강 감소와 부상, 불안, 우울증, 심지어 총기 폭력 및 자살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이나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폭염에 더 취약하다. 크리스티 에비 교수는 “폭염 관련 사망은 예방할 수 있으며 폭염으로 사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취약 계층을 지키기 위한 개인적, 사회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더위를 이겨낼 방법으로 고온에서 충분한 수분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가능한 경우 에어컨을 켜거나 가능하면 냉방 센터나 에어컨이 있는 공공 장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내에 머물면서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에 격렬한 활동을 피하고 목에 시원한 수건을 두르고 습한 더위에서 선풍기를 사용하거나 찬물에 손이나 발을 담그는 것도 시원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방 정부의 역할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다가올 폭염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건물을 자연적으로 냉각시키는 지붕을 도심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흰색이나 밝은 색상의 페인트는 열을 반사하는 반면, 식물을 심은 ‘녹색 지붕’은 물을 공기 중으로 증발시켜 건물을 식힐 수 있다. 도시 전역의 나무와 같은 냉각 인프라와 청정 전력으로 작동하는 에어컨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위와 높은 습도, 열대야는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심장이 일하는 동안 심장에 혈액 공급이 줄어들며 이는 산소 부족에 따른 심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병이나 폐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더 취약하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한 시민이 땀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비즈 사이언스조선은 기후변화에 맞서 영국 가디언과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더 내이션이 공동 설립하고 전세계 460개 이상 언론이 참여한 국제 공동 보도 이니셔티브인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CNow)’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CCNow에는 로이터와 블룸버그, AFP 등 주요 통신사를 비롯해 각국 주요 방송과 신문, 잡지가 참여하고 있으며, 각국 언론인과 뉴스룸과 협력해 정확한 기후 기사를 제작하고, 정치와 사회, 경제, 문화에 이르는 전 분야에서 기후 이슈를 제기하고 각국 모범 사례를 공유합니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3) doi: 10.1038/s41591-023-02419-z.

The Lancet(2021) doi: 10.1016/S0140-6736(21)01208-3.

medRxiv.org(2023) doi.: 10.1101/2023.03.28.23287841.

Environmental Research(2007) doi: 10.1016/j.envres.2007.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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