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지키려 허베이 희생?’…중국, 당 기관지 동원해 민심 수습·복구 안간힘
일부 지역 주민들 ‘희생양 삼나’ 여론 들끓어
중국에서 제5호 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질 당시 수도 베이징을 지키기 위해 인근 허베이(河北)성을 희생시켰다는 논란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고개를 들자 당국이 재해 복구에 안간힘을 쏟으며 당 기관지를 동원해 민심 수습에 나서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7일 ‘시진핑(習近平)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은 허베이성 홍수 예방과 재해 복구를 강력히 지휘한다’는 제하의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기사에 따르면 수도 베이징과 인접한 허베이성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초까지 제5호 태풍 ‘독수리’의 북상에 따른 폭우로 전체 행정구역의 절반 이상이 홍수 피해를 입었고, 222만29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베이징 남서쪽에 있는 인구 914만명의 도시 바오딩(保定)에서는 2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바오딩 북부에 위치한 줘저우(涿州)시는 전체 면적의 60%가 물에 잠기는 등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베이징에도 140년만의 가장 큰 폭우가 쏟아져 11명이 숨지는 등 큰 피해가 있었지만 다스허(大石河)강과 샤오칭허(小淸河)강, 탕허(唐河)강 등 베이징 주변 하천에 갑자기 많은 물이 유입되면서 허베이성이 입은 피해는 더 심각했다. 이 때문에 수도 베이징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베이징 내 하천 수위를 조절하면서 베이징 외곽과 허베이 지역에서 침수·인명 피해가 커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니웨펑(倪岳峰) 허베이성 당 서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베이징의 홍수 압박을 경감하기 위해 물을 제어하는 조치를 강화하겠다”며 “이는 수도를 위한 해자(垓字) 역할을 결연히 잘 수행해내기 위함”이라고 밝힌 것이 논란을 증폭시켰다. 해자는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해 성(城) 주변에 파놓은 구덩이를 말하는 것으로, 수도인 베이징을 지키기 위해 허베이성을 희생시킨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니 서기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SNS에서는 분노한 여론이 들끓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당국에 항의하는 일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인민일보 1면 기사에는 이런 민심을 달래기 위한 당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민일보는 폭우 당시 시 주석의 지시에 따른 시시각각의 비상 대응 태세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당 중앙과 국무원의 강력한 지도 하에서 일련의 즉각적인 비상 대응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민 군중의 생명과 재산 안전 문제는 시진핑 총서기의 마음속에 매우 무겁게 자리잡고 있다”며 “그는 허베이 재해 상황을 매우 근심하고 가능한 빨리 도시의 정상 운영과 질서를 회복하도록 책임을 부여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재정부와 응급관리부는 호우 피해를 입은 베이징과 허베이, 헤이룽장(黑龍江), 지린(吉林)성 등 7개 지역에 3억5000만위안(약 633억원)의 긴급 구호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재해 복구 지원에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응급관리부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전역에서는 홍수와 태풍 등 각종 자연재해로 모두 1601만8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147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또 주택 4만채가 피해를 입었고, 농작물 피해 면적도 313만40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잇따라 중국 대륙에 상륙한 제4호 태풍 ‘탈림’과 5호 태풍 독수리의 영향이 컸다. 이로 인한 7월 한 달간의 경제적 손실은 411억8000만위안(약 7조4500억원)으로 상반기 전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액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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