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철근 누락' 전관업체, 도심복합사업도 설계

이소은 기자 2023. 8. 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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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판 아파트에서 철근을 누락한 것으로 확인된 설계업체 중 일부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심복합사업 설계에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서울 도심복합사업 선도지구 6곳 중 3곳에 '철근누락' 설계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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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4, 쌍문역 동·서측 등…원스트라이크아웃제로 사업 차질 불가피
범도시건축이 설계한 '증산4구역' 공모 당선작. /사진제공=LH

무량판 아파트에서 철근을 누락한 것으로 확인된 설계업체 중 일부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심복합사업 설계에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6개 선도지구 가운데 절반인 3개 구역에서 문제업체의 설계안이 선정됐다. 모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신이 대표 등으로 있는 전관업체들이다. 부실시공 유발업체를 퇴출한다는 LH 방침에 따라 도심복합사업이 또 한번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서울 도심복합사업 선도지구 6곳 중 3곳에 '철근누락' 설계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심복합사업은 LH 등 공공이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역세권 등 노후된 도심을 고밀 개발하는 정비사업 방식으로 국토교통부가 2021년 2월 2·4 대책에서 도입했다. 선도지구는 증산4구역과 신길2구역, 방학역, 연신내역, 쌍문역 동·서측 등 서울시 내 6개 구역이다.

LH는 지난 3월 이들 구역에 대한 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는데 은평구 증산4구역과 도봉구 쌍문역 동측, 서측 등에서 문제의 설계업체 작품이 당선됐다. 각각 범도시건축과 이어담건축, 유선엔지니어링이 참여했다. LH 무량판 아파트 긴급안전점검에서 설계 오류로 보강철근을 빼먹은 사실이 확인된 단지들이다.

증산4구역 설계를 맡은 범도시건축은 구조계산 오류로 무량판 부분 기둥 154개 전부에 보강철근이 누락된 양주회천 A15블록을 설계한 업체다. 충남도청이전도시 RH11에서는 구조계산을 제대로 해놓고도 현장에 배포하는 도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13개 기둥의 보강철근을 빠뜨렸다.

쌍문역 동측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이어담건축은 수원당수 A3블록 설계에서 계획변경 구간의 계산 오류로 무량판 기둥 9개소에서 철근을 빼먹었다. 쌍문역 서측을 맡은 유선엔지니어링은 앞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난 '검단 안단테'를 설계한 업체다. 설계에서 32개 기둥 중 15곳의 전단보강근을 누락했고 이는 곧 붕괴사고로 이어졌다.

실제 이들 3개 업체 모두 LH 전관업체였다. 이어담건축은 LH 처장 출신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유선엔지니어링에도 LH에서 본부장을 지낸 인물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복합사업은 LH가 토지주들의 동의를 받아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토지를 직접 매입해 공급하는 일반 공공주택과는 다르다. 토지주들이 설계업체를 문제 삼아 설계안에 반발한다면 사업이 지연되는 등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증산4구역의 경우, 앞서 한차례 설계안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며 반발한 바 있어 문제업체가 참여한 사실을 알게 되면 저항이 심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설계당선작은 기본설계 수준인 만큼 추후 구조계산 등이 포함된 실시설계에도 문제가 된 3개 업체가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LH가 최근 부실시공 유발업체를 한번 적발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가 퇴출된다면 사업 차질이 불가피 하다. 다만 기본설계 공모가 다시 진행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도심복합사업 현상설계공모는 한국건축사 협회 주관 하에 당선작을 선정하는 것으로 큰 틀에서 전관과는 무관하다고 본다"면서도 "전수조사 결과 이후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 등 대책이 나오는 등 문제 업체들에 대한 제재 방안이 다각적으로 고려되고 있어 향후 어떤 조치가 이뤄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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