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주] 우리 우주, 더 느리게 팽창하고 있을 수도?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우주는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것일까. 모델마다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제공동연구팀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우주 팽창속도가 느릴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아직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암흑에너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기존과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우주천문학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인류는 아직 전체 은하를 다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고작 5%의 우주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우주에 대한 비밀을 품고 있는 암흑에너지 실체를 알면 인류는 우주에 대한 궁금증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등과학원(원장 최재경) 물리학부 박창범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우주의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가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제5원소’일 가능성을 제시하고 나섰다.
연구팀이 측정한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이 기존의 우주상수와 들어맞을 확률은 0.02% 정도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 우주가 우주상수로 가득 차 있다는 기존 평탄한 Λ(람다)CDM(Cold Dark Matter) 표준 우주 모형의 이론적 뼈대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연구결과이다.
ΛCDM 우주 모형은 우주의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가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라고 가정한다. 암흑에너지의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 압력과 밀도의 비율인 상태방정식 값을 측정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큰 규모의 물질 밀도 요동, 초신성의 밝기, 바리온음향진동의 크기 등 다양한 관측을 이용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과 우주공간의 곡률을 측정했다.
평탄한 ΛCDM 우주 모형은 우주가 크게 봤을 때 기하학적으로 편평하고, 암흑에너지가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이고 암흑물질은 빛에 비해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고 가정하는 우주 모형을 뜻한다.
지금까지는 모든 결과가 오차 범위 안에서 우주상수의 상태방정식 값인 ‘–1’에 부합돼 평탄한 ΛCDM 모형은 표준 우주 모형으로 불렸다.
반면 이번 국제공동연구팀은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정밀하게 측정해 그 값이 ‘–1’과 다르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적색이동값이 0.8까지 도달하는 거대한 은하 탐사인 슬로운디지털천구측량(SDSS) 자료를 이용했다. 연구팀은 SDSS의 은하들이 뭉쳐 있는 형태가 시간에 따라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성질을 발견하고 이를 알콕-파친스키 방법이라는 우주의 팽창 역사 측정법에 적용했다.
적색이동은 우주 공간 팽창 때문에 천체가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천체에서 나온 빛의 파장이 원래보다 더 길어져서 우리에게 도착하는(더 붉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적색이동 값이 더 큰 천체일수록 더 멀리, 더 오래 전에 있던 천체이고 더 빨리 멀어져 가고 있는 천체를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측정한 우주의 팽창 역사를 보면 우리 우주의 팽창 가속도는 ΛCDM 우주 모형에서 예상되는 정도보다 적다. 측정한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은 ‘-1’보다 큰 ‘-0.903’이고, 불확실성은 0.023이다.
이번 결과가 상태방정식 값이 ‘-1’인 우주상수 모형과 부합할 확률은 0.02%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우리 우주의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는 우주상수가 아니라, 일종의 ‘제5원소’여야 한다는 곳으로 연결된다.
연구팀은 현재 SDSS보다 우주를 더 깊이 볼 수 있는 차세대 은하 탐사인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탐사 자료에 같은 방법을 적용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관한 후속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의 결과가 DESI 자료에서 재확인된다면, 우리 우주를 설명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 셈이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처럼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이 ‘-1’보다 크다면 허블상수 관측 값 불일치는 기존 ΛCDM 우주 모형에서보다 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홍성욱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이와 관련 “우주배경복사로부터 구할 수 있는 허블상수 값이 기존의 예측보다도 더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초신성 관측을 통해 측정한 허블상수 값은 약 73km/s/Mpc이고, 우주배경복사 관측에 LCDM 우주론을 적용해 추정한 허블상수는 약 67km/s/Mpc 정도이다. 우주배경복사 관측에 이번 암흑에너지의 측정값을 적용하면 67km/s/Mpc보다 더 줄어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교수는 “현재 ΛCDM 표준 우주 모형 외에도 다양한 암흑에너지와 우주 모형이 존재하는데, 이중에는 이번 연구에서 구한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가지면서 동시에 허블상수 관측값 불일치도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이론도 여럿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차세대 은하 탐사를 통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 문제를 보다 확실히 해결하는 후속 연구와 지난 수십 년 동안 ΛCDM 표준우주 모형이 일궈낸 성과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이번 연구 결과도 잘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우주 모형을 만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는 박창범 교수(교신저자, 고등과학원)와 동 푸유 교수(제1저자, 전 고등과학원 박사후연구원, 현 중국원난대학 교수), 홍성욱 박사(한국천문연구원), 김주한 연구교수(고등과학원 거대수치계산연구센터(CAC)), 황호성 교수(서울대), 박현배 박사(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스티븐 애플비 교수(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논문명: Tomographic Alcock–Paczyński Test with Redshift-Space Correlation Function: Evidence for Dark Energy Equation of State Parameter w>−1)는 천체물리학저널에 8월 8일자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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