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투어리즘'에 로마 방 없다는데...죽 쑤는 여행주

김소연 기자 2023. 8. 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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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AFP=뉴스1) 임윤지 기자 =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수상도시 베네치아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넣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지난 1987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베네치아가 위험에 처했다는 권고는 이번이 두 번째다. 유네스코는 이탈리아 당국이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한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 세계가 코로나19 이후 보복여행에 나서면서 이탈리아 등 유럽 등지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에 시달릴 정도로 해외 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그러나 여행주들은 여전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유네스코(UNESCO)는 이탈리아에 수상도시 베네치아를 오버투어리즘으로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릴 것을 권고했다. 베네치아는 오버투어리즘을 해결하려 도시 입장료 징수 방안도 추진 중이다. 로마의 문화재인 판테온도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 7월부터 입장료를 걷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항구도시 포르토피노는 지난 4월부터 특정구역에서 인증샷을 찍으려 오랜 기간 지체하면 벌금을 매기는 '셀카 벌금' 제도까지 도입했다. 이처럼 오버투어리즘이 심각한 문제가 될 정도로 해외여행이 급증했건만, 정작 여행주 주가는 덤덤하다.


7일 하나투어는 전일대비300원(0.62%) 소폭 오른 4만8950원에 장을 마쳤다. 모두투어와 참좋은여행은 1%대 올라 마감했고 레드캡투어는 약보합세를 보였다.

휴가철을 맞아 여행 수요가 급격히 늘었는데, 여행주 주가가 기를 못 펴고 있다.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 3월2일 실적 개선 기대감 속 장중 6만67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터치했다. 그러나 이후 주가가 내리막을 타 지난달 26일 4만455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날도 소폭 오르고는 있지만 연고점 대비 27% 하락한 상태다.

모두투어도 지난 1월25일 찍은 52주 최고가(2만1800원) 대비 전날 종가는 1만5440원으로 여전히 29% 떨어진 상태다. 참좋은여행과 레드캡투어도 올해 주가 하락률이 각각 19%, 17%를 기록했다.

여행객 숫자는 급증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올여름 항공 성수기 예상 여객은 모두 391만8855명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17만8130명으로, 지난해 피서철 일평균 이용객 수가 약 6만2000명에 그쳤던 것에서 1년 만에 약3배 늘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20만7447명) 대비 약 86%까지 회복된 것이다.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있지만, 여행주 주가가 잠잠한 원인으로는 비우호적인 환율, 높아진 인건비와 경기 둔화, 반감된 패키지 매력이 꼽힌다.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300원에 근접해 높은 수준이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단체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개별 여행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여행주들의 송출객은 전체 출국자 대비 부진했다.

판테온 천장 /사진=김홍선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송출객은 지난 6월 기준 19만5000명과 10만2000명으로, 2019년 대비 43%, 41% 수준이다. 5월 기준 전체 출국자(승무원 제외) 수가 156만7000명으로, 2019년 5월 대비 약 70% 수준으로 회복한 것에 비해 느리다.

우재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여행업은 2021년과 2022년에는 리오프닝 기대감에 주가가 높게 유지됐는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며 "부진한 여행사 주가는 팬데믹을 겪고 달라진 여행환경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1분기 이들이 적자에서 흑자 기조로 선회한 만큼 2분기 이후부터는 달라진 주가 흐름을 보일 수도 있다. 이미 주가가 충분히 하락한 상태고, 팬데믹 시기에 구조조정을 완료했기 때문에 이익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여행주들의 주요 수익원인 패키지 여행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아직은 시기 상조라는 분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하나투어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투어는 33억원을 달성해 16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규 부국증권 연구원은 "엔저 현상이 지속돼 일본향 패키지 판매량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 복구 효과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진행된 고강도 구조조정 및 적자 자회사 정리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여행업은 지난 1분기부터 유의미한 턴어라운드 기조에 올라탔고 더 이상 현금 증발은 없을 것"이라며 "오랜 기간 자회사 구조조정 등도 완료했기 때문에 구조조정 효과와 패키지 수요 회복, 대형사 중심 시장 재편이 맞물릴 때 이익 레버리지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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