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출입인증 세계 2위 … '가성비 AI'로 돈 더 법니다"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3. 8. 7. 1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송봉섭 슈프리마AI 대표
출입통제 시장 20년 개척
축적된 얼굴 인식 노하우
AI솔루션 성능 향상시켜
뛰어난 기술에 값싼 제품
수십만원이면 살 수 있어
140개 국가서 주문 쇄도

"인공지능(AI)으로 돈 벌기 쉽지 않습니다. AI 기술력만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닙니다. AI 알고리즘이 고도화되려면 각 영역 전문가들이 오류를 잡아줘야 하고, 그 이후에 고객 친화적인 UI·UX도 있어야 해요. 슈프리마는 그런 면에서 20년 넘게 지문인식·얼굴인식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돈을 버는 국내 유일 AI 기업입니다."

최근 경기도 정자역 인근 사무실에서 만난 슈프리마AI의 송봉섭 대표(사진)는 이같이 강조했다.

생성형 AI가 뜨면서 AI 관련 각종 기업이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받은 금액 대비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AI와 교육을 합친 '에듀테크사'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2000년 설립된 슈프리마는 지난해 매출액 893억원, 영업이익 178억원(영업이익률 약 20%)을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슈프리마는 기존 출입통제 보안업체 이미지에서 벗어나 AI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2년 전 슈프리마AI를 분사했고, 슈프리마 창업자인 송 대표가 이를 맡고 있다.

슈프리마가 AI로 돈을 벌 수 있었던 이유는 '가성비'와 '노하우'다.

슈프리마는 20여 년간 출입통제 분야에서 시장을 개척해왔다. 사무실 출입통제는 여전히 대다수 회사가 '직원카드'를 리더기로 읽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일부 선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바이오인식(지문·얼굴인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약 5조원에 달하는 출입통제 시장의 약 15%가 바이오인식으로 운영된다. 슈프리마는 이 같은 바이오인식 분야에서 전 세계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슈프리마는 AI 솔루션이 탑재된 하드웨어 제품(단말기, 부품)을 전 세계 140여 개국 벤더(SI기업)들에 공급한다. 저가 중국산 반도체칩을 탑재한 해당 제품은 실시간으로 얼굴인식이 가능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가성비다. 송 대표는 "단말기단에서 운영되는 소프트웨어, 즉 '에지컴퓨팅' 측면에서 슈프리마가 얼굴인식 AI 솔루션을 최적화해 단말기에 녹여낼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며 "수십만 원이면 슈프리마 AI솔루션이 탑재된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들 AI가 1000만원대를 호가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막대한 데이터센터·클라우드 비용이 필요해 '돈 먹는 하마' 혹은 '글로벌 빅테크만 접근 가능한 영역'이라고 하는데, 슈프리마는 가성비 있는 제품·에지컴퓨팅에서도 성능이 보장되는 AI 솔루션을 개발해서 '수십만 원대 제품'을 만들었다. 덕분에 국내 AI 기업 중에선 드물게 이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20여 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AI가 얼굴을 인식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오류를 정확하게 시정할 수 있기 때문에 '얼굴인식' 분야에서는 슈프리마가 강자일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송 대표는 "얼굴인식 분야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미 슈프리마 AI 기술이 유럽에 진출해 유럽 내 키오스크에서 담배 복권 등 성인 인증이 필요할 때 슈프리마 바이오인식 솔루션이 사용되고 있다"며 "향후 슈프리마 AI 솔루션이 추가적으로 확장될 경우 CCTV를 통한 이상행동 분석 등 여러 분야에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이상행동을 분석할 때 CCTV에 장착되는 슈프리마 AI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송 대표의 주장은 국내 AI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유수 AI 업체들은 현재 빅테크에 비해 얼마나 기술력이 앞선지를 주로 홍보하고 있다. '엔비디아, 퀄컴에 비해 성능이 더 좋다'는 문구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력이어도 '가성비' 있게 제품화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게 송 대표의 시각이다. 에지컴퓨팅을 비롯해 단말기에서도 중앙 서버만큼 효율을 내는 것, 그것이 AI로 돈을 벌기 위해 가장 필요한 단계라는 설명이다. IT 분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기술력 향상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에지컴퓨팅 등 실제로 돈이 되는 실용성 있는 분야에 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제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5%나 되는 현 상황에서 AI를 통한 제조업 혁신 또한 중요하다. 각 산업 전문가가 AI가 못 잡아내는 오류를 인지하고 더 좋은 데이터를 통해 AI를 고도화해 나가면 그만큼 국내 AI 산업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이를테면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디지털 트윈과 AI 기술을 활용해 '초격차' 기술을 통해 파운드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현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