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내성암호' 개발한 세계적 석학, 한국 스타트업 합류
데미안 스텔레 교수 영입
한국·프랑스 첫 딥테크 협업
"美·유럽 주도…韓 도전 나서"
동형암호 스타트업인 크립토랩이 세계적인 암호 분야 석학인 데미안 스텔레 프랑스 리옹 고등사범학교 교수(사진)를 연구 리더(Chief Scientist·임원급)로 영입했다.
동형암호란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로 처리·사용하게 해주는 차세대 보안기법이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소유한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로 다루기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가트너 등 유수 시장조사기관에서는 동형암호를 사이버보안 트렌드를 바꿀 기술로 선정한 바 있다. 크립토랩은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서울대 사내벤처로 만든 스타트업으로 동형암호 분야에서 압도적인 선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스타트업 혹한기인 지난해에 210억원이라는 투자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스텔레 교수는 미래의 슈퍼컴퓨터로 꼽히는 양자컴퓨터에도 뚫리지 않는 '양자내성암호(PQC)' 를 개발한 석학으로 유명하다. 미국 정부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NIST)은 스텔레 교수와 동료들이 제안한 PQC 관련 2가지 암호체계를 표준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대 크립토랩 사무실에서 매일경제를 만난 스텔레 교수는 "크립토랩이 기타 동형암호 기업에 비해서 가장 선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 지난 4월부터 합류했다"며 "앞으로 프랑스 지사를 이끌면서 크립토랩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13명이나 받을 정도로 세계 톱(Top)급 수학강국이다. 수학자를 여전히 존경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프랑스에선 최근 수학자들이 암호기업에 영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스텔레 교수 또한 이 같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는 "정보기술(IT)업계 딥테크놀로지(Deep Technology) 측면서 봤을 때 한국과 프랑스 간 협업은 이번이 최초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그만큼 크립토랩 기술력이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텔레 교수는 현재 양자내성암호, 동형암호와 같은 '차세대 암호'는 미국·유럽·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는 중국이 향후 양자컴퓨터를 통해 해킹할 것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 양자내성암호로 국가암호체계를 적극적으로 바꾸고 있다.
스텔레 교수는 "미국은 중앙에서 강제력 있게 암호체계를 바꾸고 있다면, 유럽은 상대적으로 각 국가 연합체인만큼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특히 영국의 경우는 브렉시트 이후 인력 충원이 잘 안 되고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펀딩이 끊기면서 암호 측면에서는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과 일본 벨기에 스위스 네덜란드 등이 2순위 그룹으로서 빠르게 쫓아오고 있는데 특히 분단 국가라는 특수성이 있는 한국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K-양자내성암호를 개발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한국은 꽤나 열린 연구(Fairy Open)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면 중국 러시아 등도 차세대 양자암호를 개발하고 있지만 연구자 입장에선 아직 톱 레벨은 아니며 중국의 경우는 연구 결과가 제대로 오픈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텔레 교수는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강화되면서 덩달아 PET(Private Enhancing Techonology·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도 발달하고 있다"며 "크립토랩의 동형암호가 대표적인 PET"라고 강조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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