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너무 올라 유가공업체 경영 힘들어”
“ℓ당 52원 ‘낙농가 인센티브’ 없애야”
7일 이창범(63) 한국유가공협회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유업계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원유 가격이 너무 올라 기업활동이 어려운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유 등 국산 유제품을 만드는 출발점인 낙농가에서 과도한 비효율이 발생해 업계의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1984년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으로 입직해 축산정책관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등을 지낸 농축산물 전문가다. 원유 가격 협상을 관할하는 낙농진흥회 회장을 2017년부터 4년간 역임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시장의 수급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원유 쿼터제를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유가공업체가 낙농가에게 정해진 양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제도다. 출생률이 감소하고 유제품 수요가 줄어들면 업체들이 원유 공급을 줄여야 하는데, 구매를 탄력적으로 조율하지 못하니 경영 비효율이 커진다는 것이다.
반면 농가의 원유 생산비와 원유 가격의 격차가 과도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지난 2021년 ℓ당 313원이던 생산비와 원유가의 격차는 올해 291원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큰 편이다. 원유 1ℓ를 생산하는데 959원이 드는데, 유가공업체에 팔 때는 1251원이 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격차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면서도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그 사이 국내 유업계의 경쟁력이 흔들릴까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원유 가격은 유가연동제를 통해 생산비용이 올라가면 판매가격도 자연히 올라간다.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차원이지만, 원유의 수급상황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원유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다. 올해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돼 음용유와 가공유, 초과생산분을 구분하고 있지만 가격 억제력은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 회장은 ‘체세포 인센티브’ 철폐를 단기적 대안으로 제안한다. 체세포 인센티브는 과거 원유 생산시설이 열악할 때, 체세포 농도가 높은 저품질 원유를 생산하는 것을 막고자 농가에 지급하던 인센티브다. 체세포 농도별로 등급을 나눠 현재 1등급은 ℓ당 52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 회장은 “이제는 유가공업체가 자체적으로 원심분리기 등을 사용해 체세포를 걸러낼 수 있어 굳이 농가에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체세포 인센티브 폐지나 원유가격 절감 등이 소규모 농가에 타격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에 이 회장은 “고령화된 소규모 농가는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국내 농가를 외국처럼 대형화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산업의 전체적인 경쟁력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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