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한반도 전자기스펙트럼戰 대비해야
1860년대 영국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상호 역학관계가 있다는 '전자기파' 존재를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대부분 과학자는 그 이론을 하나의 가설로 간주했다. 하지만, 하인리히 헤르츠가 1887년 실험으로 증명하며 무선 세상이 탄생했다. 1898년에는 마르코니가 도버해협에서 전자기파 무선송신 실험을 성공시키는 등 전자기파 등장이 현대 문명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자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 전자기파를 무기체계에 효과적으로 적용한 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다. 영국은 라디오 전파가 항공기 금속면에 닿으면 수많은 전자가 반응해 반사파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 이를 이용해 적 항공기를 원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는 레이다를 최초로 개발했다. 1940년 영국은 도버해협 연안 등에 이 레이다(코드명 체인홈)를 실전 배치해 독일 대규모 공습시 적기를 사전에 탐지하고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다.
같은 시기 독일에서도 본격적으로 레이다 무기체계를 경쟁적으로 개발했으며, 이후 각국에서는 레이다를 무력화시키는 전자기파 방해 장비가 필요해졌다. 결국 무선 전자기파를 사용하는 모든 무기체계에 대응하기 위한 방해 장비가 개발됐고, 방해 신호를 회피하는 새로운 기술 레이다나 통신장비 등 무선 체계가 진화돼왔다. 결과적으로 전자기파 창과 방패 기술은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적이고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켜왔던 것이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를 탐지하고 분석해 필요시 방해 전자기파로 적 레이다나 통신장비를 무력화시키거나, 우군 장비를 전자기파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행위를 전자전(電子戰·EW) 또는 더 포괄적 개념의 전자기전(電磁氣戰)이라고 부른다.
전자·통신 영역 기술 발전과 함께 각종 무기체계들이 전자기파에 점점 더 의존할수록 EW 중요성이 부각됐다. 특히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은 자국 전자전 장비를 개전 초에 전개시켜 이라크 지휘통제망과 레이다를 무력화시킴으로서 큰 성과를 거뒀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서도 개전 초부터 미국 및 NATO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와 전자전 강국인 러시아의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 전쟁이 있었다. 정찰기·위성·통신·드론 뿐 아니라 전자기파 무선영역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 재래식 무기까지도 전자기전 스펙트럼 전장 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글로벌 전자기전 시장규모가 2027년 약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따라서 현대 및 미래 전에서는 전자기파를 지배하는 쪽이 승리를 가져오는 것은 자명하다. 미국은 선제적으로 전자기 스펙트럼(EMS) 전체 영역 우위를 달성하기 위한 전자기 스펙트럼 우세전략서(EMSS)와 합동 전자기 스펙트럼 작전(EMSO) 교리를 2020년에 제시했고, 각 기관 및 부서 역할을 명시해 미래전을 대비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국의 전자기스펙트럼 전장에 대비하는 현황을 살펴보면 러시아는 전자정찰위성 운용 등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전자기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도 CH-5 정보수집 무인기, Y-9 정찰기, Gaoxin-11 전자전기, Yaogan 신호정보위성 등 첨단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지원 하에 YS-11EB 전자정찰기, EC-2 신호정보수집 항공기, EC-1 전자전훈련기 등의 독자적 전자전 장비를 보유했다.
국내에서도 한반도 전자기스펙트럼 전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방부 차원에서 전자기스펙트럼 업무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과 합참 및 각 군별, 관련 기관별 역할을 제시하고 체계적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혁신4.0'은 인공지능(AI) 과학기술 강군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중 전자기스펙트럼 작전 수행개념과 발전 및 전력을 구축하는 것을 하나의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각 군의 현 전자기전 전력을 냉철히 분석하고 필요 무기체계 확보 및 전자기스펙트럼 전장 운영개념을 확립해야 한다.
현재의 한반도 안보 환경은 북한의 핵을 중심으로 끊임없는 도발, 미·중 갈등과 일본 자위대 확대 노력, 한·미 동맹 변화 가능성 등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주변국은 각국 전자기스펙트럼 전장 환경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각종 플랫폼을 활용해 적의 전자기파 활동정보를 항시 수집·분석하고, 필요시 전자기파로 공격을 할 수 있는 공세적 전자기전 무기체계를 갖추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군도 주변국의 전자기스펙트럼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전자전기'와 같은 독자적인 공세적 전자기전 무기 체계가 필요하다. 평시에도 전자파 신호를 지속적으로 수집·분석할 수 있는 체계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항상 주변국 안보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 선진 무기체계 지원에 의존해온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격변하는 전자기스펙트럼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독자적 전자기전 무기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과학기술 강국을 꿈꾸며 전자기스펙트럼 분야 '자주국방'을 기원한다.
박영주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한국전자파학회 정보전자연구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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