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지속가능성 강화 …"재활용 플라스틱 5530만㎏ 씁니다"
亞진출 60년 맞아 日서 열어
파트너와 고객사 대상으로
넷제로 비전·전략 등 공유
"지속가능성은 '해야 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해야 하는 영역이다. 지역마다 속도가 다를 수 있지만 이제는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다."
데이브 매쿼리 HP 최고사업책임자(CCO)는 지난 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HP 퓨처 레디, 베터 투게더(Future Ready Better Together) 2023' 행사에서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에 HP가 개최한 '퓨처 레디, 베터 투게더'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열린 아시아 고객과 파트너사 대상 행사로, HP의 비전과 미래 전략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에 대해 더 많은 기회와 도전을 바탕으로 미래를 파트너사와 함께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올해는 HP의 아시아 진출 60주년을 맞아 처음 사업을 전개한 아시아 국가인 일본에서 열렸다.
데스크톱, 랩톱, 프린터를 포함한 수많은 하드웨어와 관련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HP가 자사의 제품 포트폴리오만큼이나 강조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다.
지구 기온 상승에 따른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2040년 또는 2050년 '넷제로'(실질적인 탄소 배출량 제로)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HP 또한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기업 중 하나다. HP의 경우 2030년까지 제품과 서비스 순환성 75%를 달성하고 204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린 로 HP 글로벌 ESG 책임자는 "기후변화가 재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HP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소비자의 64%가 지속가능한 제품을 선호한다고 답했다"고 설명하며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가 점차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 고객들도 지속가능성을 자신의 소비 행태에 반영해 기업의 사회환경적 측면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HP는 실제로 제품에 재활용 소재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도 소개했다. HP에서 디자인과 지속가능성을 담당하는 스테이시 울프 수석부사장은 키노트에서 "HP는 5530만㎏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제품에 사용하고 있다. 이는 혹등고래 1429마리에 달하는 무게"라며 "2020년부터 재활용 소재 활용 비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울프 수석부사장은 미국의 전자제품 친환경 인증 제도인 EPEAT에서 골드 등급을 받은 제품이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많다고 덧붙였다.
그가 대표적으로 소개한 제품은 HP 올인원 데스크톱과 HP 14 에코 에디션 노트북이다. 디스플레이 커버에는 재활용 알루미늄이 50%, 키보드에는 재활용 PCR 플라스틱이 50% 사용됐다. 또한 제품 커버에는 새로운 재활용 소재인 식용유가 7.5% 사용됐다. 울프 수석부사장은 "많은 국가에서 식용유 사용을 간과하고 있지만 이 또한 지속가능한 소재로 새롭게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HP가 지향하는 사업적인 방향성은 하드웨어 기업에서 나아가 하나의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특히 HP가 주목하는 솔루션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가속화된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지원하는 것이다.
HP는 직장과 집, 제3의 장소와 같이 어느 곳에서 근무하는지와 관계없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컴퓨터 제품군과 주변기기, 기기 간의 연결성, 보안 솔루션 같은 총체적인 포트폴리오를 강조했다. 매쿼리 CCO가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솔루션으로 넘어가고 싶다. 컴퓨터만이 아닌 컴퓨팅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HP가 바라보는 아시아 시장은 어떨까. 비나이 아와스티 HP 아시아 사장은 "아시아 지역은 일본·싱가포르·한국 같은 선진국과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같은 신흥 국가가 함께 있는 다채로운 시장"이라며 "다양성은 더 많은 기회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아세안 6개국에서는 지난 3년간 1억명의 새로운 인터넷 사용자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많은 만큼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하고, 교육이나 공공 영역을 개발하는 데 있어 HP의 제품군과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HP의 전체 매출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아와스티 사장은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아시아 시장은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향후 몇 년 안에 큰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 시장에서 HP는 HP프린팅코리아를 통해 프린터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e스포츠팀 'T1'과 협력해 게이밍 PC를 홍보하는 등 다양한 제품군을 통해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와스티 사장은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같은 특화된 산업이 있고, 스타트업 생태계도 갖춰져 있다. 각 영역마다 다른 컴퓨팅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P는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시각도 공유했다.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매쿼리 CCO는 "AI는 마치 인터넷이 산업을 흔들어놓았던 것처럼 우리 산업과 일하는 방식을 모두 바꿀 것"이라며 "실리콘밸리 최초의 기업으로서 HP는 AI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도 선두에 있는 기업이다. 이제 시작이지만 향후 모든 제품과 솔루션,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적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는 HP의 주요 파트너사인 인텔과 AMD도 참여해 HP와 함께 컴퓨팅의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알렉시스 크로얼 인텔 아시아태평양·일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앞으로 AI 기능은 모든 PC 포트폴리오에 내재될 것이다. 지금 노트북이 와이파이 기능이 된다고 굳이 얘기하지 않듯, 앞으로 10년 안에 AI는 와이파이같이 하나의 당연한 기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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