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도청기·스텔스 몰카 … 토종기술로 쏙 잡아냅니다
지난 4일 서울 구로구 소재 첨단 보안 솔루션 기업 '지슨'의 기술연구소. 지슨의 상시형 무선도청 탐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연구소 한편에 마련된 사무 공간으로 들어갔다. 첫 느낌은 평범한 사무실 분위기 그 자체였다. 긴 회의용 책상이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고, 벽면에는 시계와 복사기 그리고 에어컨 등이 정렬을 맞춰 배치돼 있는 구조였다. 임원용 개인 책상이 다른 벽면을 바라보며 놓여 있었는데 책상 위엔 키보드와 마우스, 볼펜 두 자루, USB 그리고 작은 선인장 화분이 눈길을 끌었다. 방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찰나 지슨 소속 엔지니어가 다가와 "이곳엔 도청장치가 설치돼 있다"며 운을 뗐다.
한 10분 정도 사무실 곳곳을 샅샅이 살펴봤지만 도청기라고 의심할 만한 디바이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엔지니어에게 도청기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상시형 무선도청 탐지 시스템(Alpha-S)'이 찾아낸 도청장치 위치를 관제실 모니터를 통해 보여줬다. 사실상 사무실 곳곳에 도청장치를 심어놓았는데 에어컨과 시계, 복사기 안은 물론 화분 속과 심지어 마우스 안에서도 '초소형 도청기'가 발견됐다. 볼펜과 USB는 그 자체가 도청기였다. 크기가 5㎜ 정도로 은닉하기 용이한 극소형 도청 부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도 적잖이 놀랐다. 지슨에서 실험적으로 마련한 재현 장소를 둘러보니 문득 집이나 사무실 등 일상생활 공간에서 도청이 손쉽게 이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매일경제와 만난 한동진 지슨 대표는 "도청장치의 성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좋아지는데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있어 특수 장비가 아니고서는 초소형·위장형 도청기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며 "무선으로 모든 것이 실시간 연결되는 초연결 세상에 살고 있는 지금 '무선 보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슨은 2000년 창립된 첨단 보안 솔루션 기업이다. 영문 사명 'GITSN(Global Intelligence Technology Solution Network)'에서 엿볼 수 있듯 글로벌 보안 기술 기업을 지향한다. 20년이 넘도록 도청, 도촬, 해킹 등 다양한 보안 위협을 탐지·예방하는 '생활 보안 솔루션'을 연구개발하고, 관련 시스템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지슨의 주력 제품은 '상시형 무선도청 탐지 시스템(Alpha-S)' '상시형 무선해킹 탐지 시스템(Alpha-H)' '상시형 불법촬영 탐지 시스템(Alpha-C)' 등 크게 세 가지다. 무선도청과 무선해킹 보안 분야에서 자체 원천 특허에 기반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해당 기술 특성상 국방 분야는 물론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무선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 경쟁력이다.
한 대표는 "상시형 무선도청 탐지 시스템 분야에서 조달청 우수제품에 등록돼 있는 기업은 지슨이 유일하다"며 "도청 탐지 분야에서 24시간 상시적으로 불법 또는 이상 신호를 탐지하는 시스템은 지슨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회성 휴대용 도청 탐지만으로는 도청 예방이 쉽지 않은 만큼 국내외 기관·기업에서 상시형 도청 탐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재 상시형 도청 탐지 시스템은 대통령실, 국회, 국방부, 지자체장의 사무실 등 국내 주요 기관에서 사용 중이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국 정부까지 포함하면 국내외 클라이언트는 300곳이 넘는다. 지슨은 한국 방산업계가 해외 무대를 겨냥해 시장 확장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K보안' 성과도 머지않아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고려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인 한 대표는 지슨 설립 5년째인 2005년 도청·몰카 탐지 관련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국가보안 기술과 관련한 정부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기술력을 확보하다 보니 초기에는 정부기관으로 사업 영역이 제한됐다. 2015년이 돼서야 보안 솔루션의 민간·해외 판매 허가가 이뤄지면서 지슨의 대내외 사업 확장에 탄력이 붙었다. 한 대표는 "지난해 8월 LG전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디지털 사이니지 전용 도청 감지 솔루션을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동 및 아시아 주요 국가에 출시했다"며 "도청이나 해킹이 발생하면 LG전자 디스플레이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도청 사실을 알려주는 기술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이버 전쟁 가속화로 인해 글로벌 해킹 사건사고가 확산하면서 지슨은 신종 위협으로 떠오른 무선 백도어 해킹에 대응하는 역량도 키우고 있다. 무선 백도어 해킹은 평범한 기기에 숨겨놓은 스파이칩을 통해 정보를 빼내고 원격조종까지 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보안이 중요한 기업이나 정부기관은 보통 공용 유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고 독립적인 인트라넷을 사용하는데, 스파이칩이 내장된 기기가 서버에 연결되기만 해도 사실상 보안체계가 무력화된다.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도 스파이칩이 자체적으로 발산하는 무선 주파수를 통해 외부와 연결되거나 정보가 새나갈 수 있다.
한 대표는 "광대역 불법 무선 신호 탐지 기술은 세계적으로 6개국(한국·미국·영국·독일·이스라엘·러시아)만이 보유하고 있다"며 "지슨은 이 같은 핵심 기반 기술을 통해 유기적인 보안체계의 마지막 한 조각을 완성하고 국가와 산업 및 기업 정보를 보호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안은 물리보안·정보기술(IT)보안·안전환경보안 등 분야별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요소가 꾸준히 실행돼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물리보안 시장 규모는 2022년 10조원에서 2025년 12조7000억원 수준으로 3년간 연평균 8% 성장할 전망이다.
지슨이 지난해 출시한 상시형 몰카 탐지 시스템은 일반 시민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보안 기술이다. 공중화장실이나 탈의실에 설치된 초소형·위장형 몰래카메라에는 도청과 달리 전파를 사용하지 않는 종류가 많다. 직접 설치해서 회수하는 메모리칩 방식이 대부분이다. 지슨의 상시형 몰카 탐지 시스템은 몰카 장치에서 발생하는 미세 열원을 감지하는 방식으로 모든 종류의 설치형 몰카 장치를 실시간으로 색출할 수 있다. 한 대표는 "도청이나 해킹, 몰카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창출한다는 선한 기업의 사명이 세상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중소기업 전용 증권시장인 코넥스에 상장한 지슨은 내년 코스닥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김대기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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