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뜨는 게 최선”…유럽기업들, 러시아서 140조 이상 손실

러 진출한 유럽 기업, 전쟁 후 사업 매각·축소 등으로 손해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프랑스 유제품 기업 다논의 러시아 공장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러시아에 진출한 유럽 주요 기업들이 최소 1000억 유로의 직접 손실을 봤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러시아 시장에서의 철수로 석유·가스 관련 그룹들이 가장 큰 비용을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현지 시각) 러시아 타스통신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600개 유럽 기업의 연간 보고서와 재무제표 분석 결과 176개 기업이 1000억 유로(약 143조원) 이상 규모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손실은 러시아 내 사업체 매각, 폐업 또는 사업 축소에 따른 손상차손과 외환 관련 비용 및 기타 일회성 경비 등에 따른 것이었다. 총 손실액에는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과 같은 전쟁의 간접적인 거시 경제적 영향은 포함되지 않았다.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와 셸, 프랑스 토탈에너지 등 석유·가스 관련 3개사가 치른 비용 합산액만 406억 유로에 달했다. BP는 전쟁 개시 후 사흘 만에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티' 지분 19.75%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255억 달러(33조원)의 비용을 보고했다. 지난해 말 러시아 철수를 발표한 토탈에너지 역시 148억 달러(19조원)의 비용을 치렀다고 밝혔다. 

에너지 기업들의 경우 비용에 따른 손실보다 석유·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규모가 훨씬 컸다. 이에 따라 이들 3개 기업은 결과적으로 950억 유로의 이익을 냈다. 그러나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은 136억 유로, 은행·보험사·투자사 등의 금융 기업들은 175억 유로의 손실을 보고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경제대학'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쟁 전 러시아에 진출해 있던 1871개 유럽 기업 중 50% 이상이 여전히 러시아에 남아 있다. 이탈리아 은행 유니크레딧, 오스트리아 은행 라이파이젠,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 영국의 생활용품 회사 유니레버 등이 러시아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유럽 기업들의 손실은 더 커질 전망이다. 러시아가 지난 4월 핀란드의 가스 수입업체 포르툼과 포르툼의 독일 자회사 유니퍼의 러시아 내 자산 국유화에 들어가고, 뒤이어 지난달 프랑스 유제품 업체 다논과 덴마크 맥주회사 칼스버그 자산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