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병호 ‘이해충돌’ 주식 매각 결정 불복, 10년간 유일 사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10년 동안 감사원에서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주식 매각 결정에 따르지 않은 유일 사례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감사원이 최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주식백지신탁심사위에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고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방식으로 불복한 감사원 직원은 단 1명이었다.
감사원 직원 중 같은 기간 주식백지신탁심사위에서 직무관련성 심사를 받은 사람은 총 8명이며, 그 중 직무관련성이 인정된 이는 5명이었다. 애당초 감사원 내에는 직무관련성이 의심되거나 인정될 만한 사례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유 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직무관련성 심사 결과가 통보된 이후 매각 내지 백지신탁을 진행했다.
전체 공무원으로 범위를 넓혀도 이 숫자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통보받은 인원은 총 340명인데 그 중 행정소송으로 불복한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했다. 다만 불복 공무원 숫자는 행정심판까지 포함할 경우 늘어날 수 있다. 박성근 총리비서실장은 지난 3월 배우자 소유 주식에 대한 백지신탁 결정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박 의원은 “공직자 이해충돌과 관련된 백지신탁 제도 무력화를 다름 아닌 감사원 사무총장이 저지르고 있다. 행정심판이 아닌 소송을 선택한 것도 단군 이래 가장 속 보이는 시간 끌기 작전”이라며 “앞서 백지신탁한 이미현 감사위원, 그리고 감사원 생활 30년을 한 최재해 감사원장은 무슨 생각으로 유 총장을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 총장은 지난해 재산공개에서 배우자가 한 바이오 기업의 비상장 주식을 8억여원치 보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등 중앙부처와 그 산하 기관을 감사할 수 있는 데다 특별히 그해 코로나19 백신수급 감사를 예고한 상황이라 이해충돌 지적이 이어졌다. 주식백지신탁심사위는 유 총장이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부 감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며 논란된 주식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주식까지도 모두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유 총장은 재산권 침해를 사유로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불복했으며,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해 본안소송이 진행 중이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지난 2월15일 “민간기업의 경영활동은 민간자율의 영역으로 정부에서 개입할 수 없으며 지원 주체와 방식에 따라 아예 감사원법상 감사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유 총장 옹호 논리를 전했다.
유 총장은 최근 배우자 주식 백지신탁 의무를 규정한 공직자윤리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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