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20% 고성장…클라우드 전쟁 '버전3' 시작됐다
'770조원 시장.'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추산한 올해 클라우드 시장 규모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1465조원(보스턴컨설팅그룹 추산치)인 것을 감안하면 2000년대 중반 이후 태동한 클라우드 시장이 반도체 시장의 절반을 넘어섰다. 클라우드란 정보기술(IT) 자원을 필요한 만큼 빌려서 사용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기업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많이 구축하지 않거나 없어도 클라우드를 통해 필요한 IT 자원(서버·인공지능(AI) 연산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클라우드는 향후 수년간 연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성숙기에 접어든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2021~2026년 5.8%) 대비 3배 이상 되는 수치다. 이 때문에 클라우드 관리 솔루션으로 국내외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베스핀글로벌의 이한주 대표는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클라우드 시장이 2025년 12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제2의 반도체 산업이 바로 클라우드인 것이다.
클라우드는 서비스로 봤을 때 크게 SaaS(Software as a Service·서비스형 소프트웨어),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서비스형 인프라), PaaS(Platform as a Service·서비스형 플랫폼) 3가지로 나뉜다.
클라우드의 변천사 살펴보니
'IaaS→SaaS→ PaaS.'
클라우드 역사는 이 세 가지 개념으로 파악될 수 있다. 때는 바야흐로 2006년. 당시 전자책·전자상거래로 부상하고 있던 아마존은 수많은 고객이 온라인 쇼핑에 한번에 유입되는 것을 감당하기 위해 서버 용량을 많이 늘려놓은 상황이었다. 문제는 항시 많은 사람이 접속하지 않다 보니 평소에는 서버의 약 30%만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70%의 '유휴 서버'를 광케이블로 연결된 통신망을 통해 타 기업에 되팔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게 바로 IaaS다. 아마존이 뛰어들다 보니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도 덩달아 해당 시장 경쟁에 참전했고, 전 세계 IaaS 시장(195조원)의 약 70%를 빅3(아마존 40%, MS 21.5%, 구글 7.5%)가 현재 차지하고 있다.
IaaS로 기업 IT 인프라가 재편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SW) 기업들도 2010년대 초반부터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했다. SW 기업의 경우 직원 수십~수백 명이 기업에 파견을 가서 시스템통합(SI) 방식으로 SW를 설치해주곤 했는데, IaaS로 클라우드가 대세가 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클라우드에 자신의 SW를 얹기 시작했다. 굳이 수많은 인원을 파견 보내고 관련 판촉을 할 필요 없이 클라우드를 통해 고객사에 SW를 제공해줄 수 있고, 고객사 입장에서도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면 되니 SW 운용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기업 SW 필수 프로그램으로 여겨지는 ERP(전사적자원관리·SAP와 오라클), CRM(고객관계관리·세일즈포스) 등이 이 시기에 SaaS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SW 기업에 클라우드는 기회였다. 삼성전자에 HR 시스템을 납품하는 워크데이, 전자서명으로 유명한 도큐사인 등이 2000년대 초중반에 설립돼 2000년대 후반 이후 클라우드화되는 과정에서 기회를 잡은 기업이었다. 유수의 SW 기업이 너도나도 SaaS 시장에 진출하면서 올해 SaaS 시장 규모는 256조원으로 IaaS(195조원)보다 큰 상황이다. 다만 IaaS처럼 빅3가 과점하는 형태가 아니라 각 SaaS 기업들이 고유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여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를 할 스타트업에 SaaS 시장은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기업용 채팅 서비스를 출시해 '유니콘 기업'이 된 센드버드 역시 2013년 창업해 SaaS 성장 흐름을 탄 대표적인 기업이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가 투자한 프리랜서 전용 SaaS 업체인 Yess의 장지원 대표는 "SaaS의 경우 대기업 위주인 2000년대엔 세일즈포스의 CRM이,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발해진 2010년대엔 아사나, 슬랙 등 협업 SaaS가 인기를 끌었다"며 "1인 창업가 등 크리에이터 시대인 2020년대 이후엔 프리랜서 근무를 지원하는 SaaS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IaaS와 SaaS 문제점을 해결하는 PaaS
문제는 IaaS에서 빅3 종속성이 높아지고, 엄청나게 다양한 SaaS가 난립하면서 기업 입장에선 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툴'이 필요해졌다는 데 있다.
이 지점에서 2010년대 중반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개념이 바로 PaaS다. PaaS는 △특정 IaaS에 종속되지 않게 하고 △클라우드를 더욱 빠르고 저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하며 △자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를 연결시켜서 개발자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오케스트레이션'이다. 오케스트레이션이란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이 기업 IT 인프라 자원을 지휘를 통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상황과 시간에 맞게 실시간으로 클라우드 저장 공간을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다. 아무리 IaaS에서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아마존이라고 하더라도 고객사에 '갑질'을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기업 입장에선 클라우드 유휴 공간을 없애서 낭비를 줄이고(비용 절감), 상황에 맞게끔만 클라우드를 사용하다 보니 더 빠르게 개발·운용할 수 있다.
국산 SW, 후발개념 PaaS 시장 잡아야
PaaS는 클라우드뿐만 아니라 자체 데이터센터와의 통합 역할도 한다.
금융권 대기업 공공기관 등은 민감한 개인정보 혹은 영업 정보 등 보안을 요구하는 정보를 보통 자체 데이터센터에 두는 경우가 많다. 클라우드엔 덜 중요한 정보를 담는다. 이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라고 한다. PaaS를 이용할 경우 플랫폼형 서비스이기 때문에 클라우드와 자체 데이터센터의 IT 인프라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각 IT 인프라(클라우드, 자체 데이터센터)에 맞게끔 개발자들이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무중단 개발'이다. 일전에 싸이월드와 같이 접속자가 많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기능을 업데이트할 때 사람이 몰려 서버가 먹통이 되지 않도록 '새벽 시간 서비스 일시 중단'을 공지하곤 했다. 하지만 PaaS를 통해 IT 인프라 자원이 신축적으로 운용되면 개발자는 기능을 업데이트할 때 잠시 클라우드 용량을 늘릴 수도 있고(신축적 대응), 기존 서버에 장애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를 새로운 시스템(클라우드 혹은 자체 데이터센터)에 이식해 적용할 수 있다.
올해 글로벌 PaaS 시장은 180조원에 달하는데, IaaS 빅3가 기본적인 PaaS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레드햇의 오픈시프트, VM웨어 탄주 등이 대표적인 PaaS 서비스다. 특히 IBM이 인수한 오픈시프트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국내 PaaS 기업인 나무기술의 정철 대표는 "IaaS가 성장하면 할수록 그에 맞춰서 클라우드 네이티브(PaaS)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PaaS 시장도 확대되는 구조"라며 "상대적으로 PaaS의 업력이 짧다 보니 국내 기업들도 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노려볼 만한 지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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