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주춤…車 업계 가격 인하로 불씨 살린다

강주희 기자 2023. 8. 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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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 13.7%
아이오닉 5 국내 판매 전년 동기 대비 40.4% 감소
美·中도 전기차 증가율 하락세 기록
車업계 중국산 배터리 탑재한 저가 전기차로 반전 모색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국내 전기차 시장의 수입차 비중이 내연기관차 수입차 비중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달까지의 전기차 수입 비중은 24.6%로 11.4%인 내연기관차 수입 비중의 2배에 달한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시내 한 건물에서 충전 중인 수입 전기차. 2023.06.19 kmn@newsis.com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고공 행진을 하던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무서운 기세로 증가하던 전기차 판매량이 올 들어 주춤하면서 시장 분위기도 한 풀 꺾인 모양새다. 이에 완성차업계는 몸값을 한 단계 낮춘 전기차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국내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총 7만8466대다. 증가율은 13.7%로 지난해 증가율(75.6%)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가 42.9%라는 증가율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업체별 전기차 판매 성적도 비슷하다. 현대차 아이오닉 5의 올 1~7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1만8205대)보다 40.4% 감소한 1만854대로 집계됐다.

기아 EV6는 1만5207대를 판매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0% 줄어든 1만2325대를 기록했다. 제네시스는 GV60 전기차가 전년 동기 대비 31.2% 감소한 2701대가 팔렸고, GV70 전기차는 15.6% 하락한 1582대, GV80 전기차는 57.0% 줄어든 773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미국·중국도 전기차 수요 감소세…원인도 비슷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하는 것은 국내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모터인테리전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55만7330대로 전년 동기대비 50% 늘었다. 판매량은 대폭 늘었지만 증가율로만 보면 지난해 상반기 판매량(71%)에 못 미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도 비슷한 처지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95.6% 증가한 689만대를 기록했지만 올해 5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294만대에 그쳤다.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850만대에 달할 것이라는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의(CPCA) 전망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전기차 판매량이 하향세를 그리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충전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한 데다 고가의 가격이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 각종 화재 사고와 주행 중 동력이 상실되는 문제가 연달아 발생하며 소비자들 사이에선 "지금 전기차를 사도 되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여기에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전기차 충전요금 상승도 전기차 판매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각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보조금 축소 현상도 주된 이유으로 지목된다. 영국과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올해부터 완전히 폐지했다. '전기차 천국'으로 불리는 노르웨이는 전기차 구매 시 제공하던 각종 혜택을 대폭 줄였고, 독일은 올해 전기차 보조금 상한액을 6000유로에서 4500유로로 삭감했다. 한국도 올해 전기차 보조금은 기존 최대 700만원에서 680만원으로 축소했다.

[고양=뉴시스] 정병혁 기자 = 4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 KG모빌리티의 토레스가 전시되어 있다. KG모빌리티가 주력 모델인 토레스 판매 증대에 힘입어 월 최대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주력 모델인 토레스는 6595대가 판매되면서 역대 단일 모델 월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던 지난 1월 판매량(5444대)을 두 달만에 갈아치웠다. 2023.04.04. jhope@newsis.com

몸값 낮추기로 전기차 수요 불씨 살리기 나선 차

전기차 시장이 앞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터져나오자 완성차 업계는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 위해 '몸값 낮추기'라는 전략을 꺼냈다.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가격 인하 포문을 연 업체는 KG모빌리티다. KG모빌리티가 내달 출시하는 '토레스 EVX' 가격은 트림에 따라 ▲E5 4850만원~4950만원 ▲E7 5100만원~5200만원 수준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에 구입 가능하다. 이 차량은 중국 비야디의(BYD)의 LFP 배터리를 사용하며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433㎞다.

현대차·기아도 전기차 가격 낮추기를 준비 중이다. 기아는 오는 9월 중국CATL의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 경차 레이 EV를 선보인다.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대로 예상된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CFO)은 지난달 27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이 도입기를 지나 대중화 시대에 들어가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수익성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고 비정상적인 시점을 정면돌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CATL의 LFP배터리를 탑재한 모델 Y의 후륜구동 모델을 출시하며 가격 인하에 돌입했다. 해당 모델은 중국 상하이 기가 팩토리에서 생산된 모델로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5688만원으로 낮췄다.

높아지는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 주도권 커질텐데…

전기차 가격 인하로 시장 공략에 성공한다면 주춤했던 판매량은 다시 늘어날 수 있다. 지난 3월 친환경 전기차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 사무국이 성인남녀 21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4%(501명)이 전기차 구입시 차량 가격을 가장 중시 한다고 답했다.

다만 일각에선 저가 전기차 시장이 커질 경우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국내 배터리 업체와 손잡고 LFP 배터리를 새로 개발해 오는 2025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중국산 배터리와의 경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의 배터리 사용량은 작년 동기보다 107.1% 증가한 38.9GWh로 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 비야디는 588.4% 늘어난 2.3GWh를 기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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