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주인공-1인2역-코믹 가미, ‘우아한 제국’ 뭔가 다른 일일극 보여줄까[스경X현장]
“정형화되지 않은 캐릭터로 다양하게 보실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한영미 작가)
한국 드라마에서 ‘뻔한 설정’으로 불리는 ‘클리셰’로 범벅이 된 장르를 고르라면 단연 일일드라마를 빼놓을 수 없다. 보통 많은 채널들이 가족들이 주로 보는 주말극은 가족의 가치를 깨닫는 휴먼드라마로 구성하고, 평일 저녁 시간에 방송하는 일일극은 강렬한 복수를 앞세운 이른바 ‘막장 드라마’를 내세운다.
이러한 일일극의 클리셰는 여러가지가 있다. 억울한 사연으로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 죽는 인물이 나오고 다른 인물이 복수를 위해 나선다. 그 과정에서 모든 악의 중심을 떠맡고 있는 악역이 있고, 주인공을 언제나처럼 도와줄 것 같은 조력자도 있다.
KBS2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일일극 ‘우아한 제국’은 이러한 부분을 다소나마 비틀었다. 본 것 같지만 본 것 같지 않은 이야기가 움트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7일 오전 온라인 생중계 형식으로 공개된 이 작품의 제작발표회는 일일극의 새로운 시도를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는 무대가 됐다.
일단 드라마 크레딧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김진우가 연기하는 장기윤은 전형적인 악역이다. 보통 이러한 작품에서는 가련한 여주인공이 나서고 이를 돕는 조력자가 남자 주인공이 경우가 많지만 ‘우아한 제국’의 남자 주인공은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다.
장기윤은 여자 주인공 신주경(한지완)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고, 결국 그의 이해 못할 죽음에도 어느 정도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어떠한 이유인지 신주경과 똑같이 생긴 서희재가 등장하고 그가 장기윤을 향해 복수하는 것이 주된 줄거리다.
여기에 여자 주인공을 연기하는 한지완은 1인2역에 도전한다. ‘아내의 유혹’ 장서희처럼 이미 일일극에서 여자 주인공이 복수를 결심하는 ‘흑화’를 하면서 1인2역을 한 작품은 많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한지완이 연기하는 신주경과 서희재는 완벽하게 다른 인물로 설정됐다.
과연 이 두 인물이 종국에는 한 인물로 합쳐질 것인지, 아니면 결국 두 인물이 함께 복수하는 형태를 띨 것인지 보는 재미가 관전 포인트로 숨어있다.
그리고 ‘우아한 제국’은 일일극 처음으로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의 생리를 보여줄 예정이다. 지금까지 엔터업계 대표나 매니저 등이 단편적으로 직업군으로 분류돼 출연한 적은 있었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 자체가 배경이 된 일일극은 처음이었다.
박기호PD는 “한영미 작가께서 수년간에 걸친 취재로 얻은 에피소드도 녹이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제작진은 작품은 블랙 코미디 장르로 규정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부분으로 봤을 때는 강렬한 복수극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중간중간 코믹 요소를 예고했다. 한영미 작가 역시 “우아하지 않은 이들의 우아한 이야기, 우아한 사람들의 우아하지 않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복수와 코믹, 약간의 막장스러움을 섞었다”고 설명했다.
일단 이 정도의 요소를 봤을 때, ‘우아한 제국’의 모습은 천편일률적인 일일극의 모습과는 조금 거리를 둔다. 결국 마지막까지 달리는 뒷심에 달렸겠지만, 이 시도가 성공할 경우 돌파구가 필요한 KBS 그리고 지상파의 일일극 시장에도 의미있는 메시지가 전달될지 모를 일이다.
KBS2 새 일일극 ‘우아한 제국’은 7일부터 매주 월~금요일 오후 7시50분 방송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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