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엄마, 벌써 보고 싶은데"…서현역 국화 사이 붙은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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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너무 사랑해! 담번에는 엄마가 내 딸로 태어나서 만나자 꼭!" "착한 당신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 당신 사랑해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7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고가차도 위에는 스무개가 넘는 국화 꽃다발이 놓여있었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인 박민경양 역시 이날 오전 국화 꽃 한 송이를 사들고 이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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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너무 사랑해! 담번에는 엄마가 내 딸로 태어나서 만나자 꼭!"
"착한 당신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 당신 사랑해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7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고가차도 위에는 스무개가 넘는 국화 꽃다발이 놓여있었다. 꽃송이 사이 사이에 놓인 빵과 과자, 커피. 그리고 '언니랑 같이 했던 11년이 제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그동안 저희에게 베풀어주신 은혜 너무 감사합니다' 등 가족과 지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지가 눈에 띄었다.
지난 6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인 60대 여성 A씨가 뇌사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끝내 숨진 가운데 해당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 추모했다. 이들은 "나도 당할 수 있는 사고였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3일 남편과 함께 외식을 하기 위해 길을 걷다가 변을 당했다. 피의자 최모씨는 모친 명의의 모닝 차량을 타고 서현역 AK플라자 분당 앞 인도로 돌진해 A씨를 포함한 5명을 들이받았다. 차에서 내린 최씨는 곧바로 백화점으로 들어가 1, 2층에 있던 손님 등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자는 A씨를 포함해 총 14명에 이른다. 11명이 중상이다.
이날 사고 현장에는 오전 11시부터 약 한시간 동안 10여명의 시민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녹색 펜스 앞에 마련된 국화를 들고 묵념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던 승객들도, 현장을 지나치던 시민들도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추모공간을 한참동안 들여다봤다.
인근 지역에서 꽃배달을 한다는 김모씨는 바가지에 물을 가득 받아와 매마른 국화꽃에 물을 주기도 했다. 시민들은 펜스 앞에 이곳저곳 음푹 페인 인도 바닥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인 박민경양 역시 이날 오전 국화 꽃 한 송이를 사들고 이곳을 찾았다. 박양은 "여기는 매일 지나다니는 곳"이라며 "너무나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런 끔찍한 사고가 났다는 게 안 믿긴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시간이) 학원 수업이 끝나기 30분 전이었다"며 "나 역시 그 길을 지나쳤다면 당할 수 있는 사고였다. 이런 일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무섭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최문호씨 역시 가던 길을 멈추고 추모 공간 앞에서 묵념했다. 무더운 날씨로 등에는 땀이 흥건했지만 최씨는 국화꽃과 포스트잇을 하나하나 들여다봤다. 최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2시간 전에 아기들을 보러 여기를 지나갔다"며 "나도 당할 수 있는 사고였다. 나는 운 좋게 그 시간대를 피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5일 최씨를 구속했다. A씨가 사망하면서 최씨 혐의는 살인미수에서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등'으로 변경됐다. 경찰은 최씨가 피해망상 등 정신 질환을 앓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으며 검거 직후에는 "나를 살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범행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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