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3.0’ 韓 맹추격하는 日… 대대적 육성책 발표

이정수 기자 2023. 8. 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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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6월 가상자산 거래량 5조원 60% 증가
가상자산 소득세 경감 등 육성책 발표
“만화 등 IP 이용한다면 NFT 시장 선점 가능”
일본 내 최대 웹 3.0 행사인 웹엑스의 포스터 사진. 올해 일본은 가상자산 관련 소득세를 경감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웹엑스 홈페이지 캡처

일본이 웹 3.0 시장 선점을 위해 대대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거나 가상자산과 관련된 규제 빗장을 풀고 있다. 웹 3.0은 가상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데, 일본은 경제 부양을 위해 웹 3.0 시장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대대적인 웹 3.0 진흥에 나서면서 가상자산업계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내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웹 3.0 시장 규모는 점차 확대 중에 있다. 블록체인 전문 분석 플랫폼 카이코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일본 코인거래소에서 거래된 가상자산의 거래량은 40억달러(약 5조1140억원)로 전년 대비 60% 정도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량은 26% 감소했다.

일본 내 가상자산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로는 일본 엔화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이를 대신해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높아진 것 등이 꼽힌다. 실제 가장 변동성이 낮은 비트코인의 경우, 일본 내 가상자산 전체 거래량의 80%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일본은 여러 웹 3.0 육성책을 마련하며 가상자산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 중에 있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벤처부에 해당하는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올해 웹 3.0 관련 사업 진흥을 위한 여러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일본이 도입 또는 논의 중인 지원책에는 ▲가상자산 발행자 미실현 수익에 대한 법인세 폐지 ▲개인 가상화폐 소득세 세율 20%로 경감 ▲가상자산 발행사의 보유 물량 법인세 징수 폐지 등이 있다. 쉽게 설명하면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발행처나 거래자들을 위해 관련 세금을 대폭으로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웹엑스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또한 일본은 자국 내 가상화폐거래소협회(JVCEA)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코인과 같은 가상자산 상장 관련 기준을 완화 중에 있다. JVCEA는 한국의 가상자산거래소 연합회인 DAXA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협회다. JVCEA의 주 사업은 이용자 보호 및 관련 보안, 자금세탁 방지, 가상자산 상장 및 폐지에 대한 규정 마련 또는 감시 등이다.

지난해 12월 JVCEA는 자국 거래소 내 가상자산 상장 과정을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전 JVCEA는 특정 가상화폐가 3곳 이상 현지 거래소에 상장돼 있지 않을 때 복잡한 사전 심사 과정을 거쳐야 했으나, 이번 결정으로 현지 거래소 1곳에 상장돼 있다면 사전 심사 과정이 생략되거나 축소된 것이다.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우, 상장되는 코인의 개수가 많을수록 수익성도 높아지기에 JVCEA는 이러한 기준을 낮춤으로써 관련 시장 활성화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이러한 기조는 이전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사실 일본은 자체 심사를 통과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수십개의 코인만 거래할 만큼 매우 폐쇄적인 입장을 취해왔었다. 과거 여러 가상자산 해킹 사태로 인해 일본이 몸살을 앓아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일본의 마운트곡스는 5억달러(6523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해킹으로 인해 탈취됐다. 마운트곡스는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량을 자랑하던 일본의 대표적인 거래소였으나, 해당 사태로 파산에 이르렀다. 또한 일본은 2018년 1월에 5700억원 규모의 해킹 사고가 터지면서 가상자산 관련 규제 고삐를 죄게 됐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수천억원대 대형 악재가 연거푸 발생하며 일본 역시 가상자산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게 됐다”라며 “2019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탈중앙 금융 등 여러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가 이뤄졌는데, 일본은 이러한 기류에 편승하지 못했다”고 했다.

일본이 대대적인 웹 3.0 시장 육성에 나서면서 가상자산업계는 일본이 지닌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지닌 만화, 게임 등 막대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다면 대체불가토큰(NFT) 사업 등을 선도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올해 위메이드, 오지스 등 국내 가상자산 관련 업체들은 일본 시장 내 사업을 구상 또는 넓히기 위해 일본 내 웹 3.0 행사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NFT 업체 임원은 “드래곤볼, 포켓몬스터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만화 등을 NFT 사업에 연계한다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며 “일본과 같은 문화 강국은 웹 3.0 시장에서 유리한 측면이 많다”고 했다. 국내 가상자산 전문 투자 업체 임원 역시 “일본 내 웹 3.0 사업 또는 업체에 대한 자문 요청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전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더욱 관심을 보였지만 이젠 그렇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했다.

☞웹 3.0(Web 3.0)

이용자가 직접 데이터의 소유권을 갖고, 정보를 유통하는 인터넷 방식을 말한다. PC통신처럼 게시판을 단순히 ‘읽는’ 방식이 웹 1.0, 구글·네이버 같은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읽고 쓰는’ 방식의 인터넷이 웹 2.0이다. 웹 3.0은 여기에 ‘소유’가 추가된 형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블록체인, 콘텐츠·정보를 거래하기 위한 가상화폐 시스템 도입이 필수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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