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년 역사의 튀르키예 전통시장에 ‘금 찾는 고객’이 폭증한 이유는?

손우성 기자 2023. 8. 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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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리라화 가치 폭락에
안전한 자산 확보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
에르도안 대통령 국정 운영 비판 목소리
튀르키예 최대 규모 시장인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의 모습. AP연합뉴스

5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튀르키예 최대 규모의 시장인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가 최근 금과 달러를 손에 넣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과 리라화 가치 폭락에 안전한 자산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까지 통제하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만기친람 국정 운영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지난 5년 동안 가치의 80%를 잃은 리라화보다 안전한 자산이라고 여겨지는 외화와 금, 암호화폐, 보석 및 기타 자산에 돈을 몰리고 있다”며 그랜드 바자르 상인들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시장에서 달러를 취급하는 무스타파는 “달러를 찾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휴대전화 두 대를 사용하고 있다”며 “달러 수요 폭증으로 공포감을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전 세계 주요국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곡물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며 물가 관리에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에도 중앙은행을 압박해 금리 인하를 주도했다. WSJ는 경제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으로 리라화 가치가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에서 신승을 거두자 하피제 가예 에르칸 중앙은행 총재와 메흐메트 심셰크 재무장관을 임명하며 정책 전환을 시도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8.5%에서 15%로 6.5%포인트 인상했는데 이는 2021년 3월 이후 2년 3개월 만이었다. 이어 7월엔 17.5%로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하피제 가예 에르칸 튀르키예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WSJ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금리 인상을 결정한 이후에도 리라화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에르칸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인플레이션을 58%로 예상한다”며 “리라화 가치 하락과 곡물값 인상 등의 이유로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전히 에르도안 대통령과 튀르키예 정부가 독립 기관인 중앙은행 통화 정책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WSJ에 따르면 튀르키예 당국은 일부 기업에 외화 수입의 40%를 리라화로 전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에 튀르키예인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금 모으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튀르키예 경제를 좌우하는 그랜드 바자르 상인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 거래상인 메흐메트 터커는 WSJ에 “금에 대한 높은 수요는 개인적으론 좋은 일”이라면서도 “튀르키예의 혼란한 경제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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