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형사록’ 한동화 감독 “이성민=다크히어로, 코끝 찡해지는 수사물”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ksy70111@mkinternet.com) 2023. 8. 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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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화 감독이 ‘형사록’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한동화 감독이 이성민과 함께 만든 웰메이드 수사극 ‘형사록’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이며 “완성도가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마지막회인 8부까지 모두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2’는 협박범 ‘친구’의 숨은 배후를 쫓기 위해 다시 돌아온 강력계 형사 택록(이성민 분)의 마지막 반격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10월 공개돼 큰 사랑을 받은 ‘형사록1’에 이어 김택록이 거대한 악의 배후를 쫓는 내용을 담는다.

한동화 감독은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동화 감독은 “2년간 준비하고 만들었는데 작품의 완성도는 꽤 만족스럽다”며 “배우, 작가님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값지더라”고 돌아봤다.

이어 “시청자분들께서 ‘소문을 내야 한다’고 해주는 분들도 계셨고 ‘이때까지 못보던 것’, ‘연기를 너무 잘한다’, ‘이성민이 김택록 역을 잘 소화했다’ 등의 평가를 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만족스러웠다”고 고마워했다.

‘형사록2’는 시즌1에 비해 스케일이 커졌다. 시즌1이 김택록과 친구, 개인과 개인의 대립이었다면 이번엔 김택록의 아군들과 거대한 카르텔이 맞섰다.

한 감독은 “‘형사록’ 속 세계관 자체가 재개발이 이뤄지는 곳이다. 금오시에 재개발에 따른 잇속을 노리는 자들이 있을거다. 그들이 (시즌1에서) 첫 공격수로 국진한(진구 분)을 보낸 거다. 배후는 뒤에 있었다. 이번엔 그 배후가 표현되고 감춰둔 적들을 하나씩 처부수고 가야하니 개인대 개인으로 구성할 순 없었다. 더 큰 존재들, 카르텔을 표현하려다보니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세계관 크기에 비해 스케일이 작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감독은 “(제작진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서 “우리는 시즌2를 마무리하는게 임무인 것 같더라. 이야기를 일단락시키기 위해서였다. 시즌3를 위해 배후를 더 설정한다면 그건 너무 패턴화된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디테일에 아쉬움이 있다는 평에 대해서는 “떡밥을 던지고 회수해야하는게 맞다. 하지만 감춰둔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풀어내면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지 않아진다. 이해관계들이 사건을 통해 풀어 보여지는 걸 시청자들이 더 원할 것 같았다. 그래서 세부적인 설명은 조금 덜 표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즌2는 시즌1 사건 종결 후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뒤 이야기로 시작한다. 지난 시즌에서 금오시 재개발 스캔들을 터트리며 협박범 ‘친구’를 잡았던 김택록이 한기용(김민재 분)의 종용에 못이겨 1년 반 가량 휴직하고 난 뒤 다시 돌아와 강력계가 아닌 여성청소년계로 발령받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 감독은 “국진한이 죽는다. 그러면서 시즌2에서 바로 배후를 쫓아간다면 분노의 그라데이션 밸런스를 맞추기가 어렵다”면서 “분노가 점진적으로 고조되어 후반부엔 최고조로 가야 한다. 그런데 시즌1에 바로 이어진다면 그 밸런스를 맞추기 쉽지 않지 않나. 그래서 시간 간격이 생기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또 “성아와 택록의 관계를 풀려고 했는데 시즌1에서는 택록의 누명을 벗는게 먼저였다. 또 길게 보여주면 루즈해질 수도 있어서 시즌2에 보여주려 했다. 시즌1 초반에 나오는 성아와 여고생의 관계는 성아가 택록에게 받은걸 누군가에게 돌려준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악의 근원인 금정회의 우두머리가 김택록과 절친한 사이이자 정의로운 형사인 것처럼 보였던 최도형(정진영 분)이라는 점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한 감독은 “김택록에겐 인간적인 부분이 있다. 이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점과 믿고 있던 사람이 이를 이용하려는 잔인한 악인이 되어야 김택록이 받는 상처도 더 클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김택록에 대해 “일종의 히어로다. 다크 히어로”라고 정의하며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김택록과 최도형, 두 사람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 100%, 악 100%의 인간은 없다. 김택록 역시 악을 응징하기 위해 과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 않았나. 그 책임과 과오를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스스로 받아들였던 거고. 그게 사람냄새 나고 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수사반장’ 최불암 이후로 이런 캐릭터는 없었을거다. 매력적이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형사록’의 원제는 ‘늙은 형사’였다. 이름을 바꾼 이유가 있을까. 한 감독은 “딱 봐도 늙은 형사같지 않나?”라며 가제를 ‘늙은 형사’로 지은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골방에서 사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다. 하나하나 기록하는 김택록의 모습에서 ‘형사록’이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구성과 더불어 눈길을 끈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한 감독은 “저와 작품을 했던 분들이 많다”면서 “김택록을 연기하는 이성민에게 응수할 수 있는 연기력이 출중한 분들이 함께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캐스팅했고 연기 구멍이 단 한 분도 없었다. 배우들에게 리딩때 ‘구강액션’을 해야한다고 했다. 말을 액션하듯 해달라고 했다. 이걸 잘해줘야 이 작품이 살 수 있었다. 시청자들이 연기보는 맛, 매력에 빠져 볼 수 있도록 최대한 집중해달라고 주문했고 배우들이 너무 잘해줬다”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한동화 감독이 ‘형사록’을 통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이성민, 김신록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성민은 두말할 나위 없는 ‘믿보배’다. 시즌2에서 주목할 또 다른 배우는 연주현 역으로 새로 합류한 김신록이이다. 김신록은 지난해 12월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화영 역을 맡아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으로 열연을 보여준 이성민과 부녀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한 감독은 “연주현은 김택록과 대결해야 하는 구도다. 이성민이라는 사람과 연기적인 대결을 할 때, 내공이 뛰어나야 한다. 연주현 나이 또래에 에너지를 발산하고 내공이 뛰어나고 연기력을 발산할 수 있는 배우가 누굴까 생각했을때 김신록이 떠올랐다. 충분히 잘할 거라 생각했고, 이성민 역시 김신록을 믿는다고 했다. 그동안 못봤던 것들이 표현될 것 같더라”고 김신록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신록과 이성민은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직접적으로 붙는 신이 많지 않았다더라. 김신록도 이번 역할은 이성민과 직접적으로 맞붙기에 도전이 설렌다고 했다. 구체적인 디렉션을 준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시즌1에서는 감초 조연들 양기태(김재범 분), 공하늘(고규필 분), 구동범(현봉식 분)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에 비하면 시즌2에서는 감초 조연들의 활약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주연들에 집중한 것처럼 보여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감독도 “사실 세 분이 너무 바빠서 세 분을 한 장면에 모으는게 하늘의 별따기였다. 엄청 바쁘시더라. 이들을 많이 활용하고 싶었고, 나오는 장면들이 재미있고 좋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국내 드라마 장르 중 병원물은 병원에서 로맨스를 하는 이야기고 법정물은 법원에서 로맨스를 하는 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러나 ‘형사록’은 김택록에게 집중하면서 러브라인을 배제했다. 이 지점이 인기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한 감독은 “택록은 자신이 성아 아버지를 잡았고, 그 범죄자의 딸 성아를 케어했다. 두 사람 사이에 이런 유대관계가 있는데 택록이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성아와 경찬(이학주 분)이 연애를 한다는 것은 ‘굳이?’ 싶은 부분이더라. 잘 살릴 수 없다면 안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썸 정도이긴 했는데 택록과 성아의 관계가 더 중요했기에 러브라인은 포기를 했다”고 이야기했다.

한동화 감독은 그간 OCN ‘나쁜 녀석들’ 시리즈, ‘38 사기동대’ 등 범죄 관련 장르물을 다수 선보여왔다. 한 감독은 “많이 하지 않은 것 같다”고 쑥스러워 하면서도 “장르물도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요 캐릭터 뿐 아니라 악인도 매력적이어야 한다. 악인을 매력적으로 표현한다는게 잘못됐다고 할 수도 있지만 수사물이 진화하려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작들은 브로맨스 위주였다면 이번 작품은 한 사람의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형사록’은 일반적인 한국의 한 남성이 30년간 형사로 산 이야기다. 그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고농축된 매력이 있지 않나 한다”고 애정을 보였다.

전작에서 한 감독은 극 중간 중간 긴장감을 빼는 코미디 요소를 다수 사용해왔다. ‘나쁜녀석들’ 시리즈와 ‘38 사기동대’에서 주연을 맡았던 마동석은 재치있는 대사를 통해 극의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이와 달리 ‘형사록’에서는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묻자 한 감독은 “김택록과 안 어울린다”고 잘라 말했다.

“마동석이나 서인국이 맡았던 배역들이 장난스러운 대사를 하는 것은 어울리는데 김택록은 안어울려요. 김택록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내성적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역할을 조연 3인방, 양기태, 공하늘, 구동범이 해줬었어요. 이 분들이 너무 바빠서 스케줄을 잡기 어려웠던 것도 있고 후반부로 가면서 김택록의 운명이 고조되니 재미있는 장면을 넣는게 극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편집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장면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에필로그를 통해 ‘범죄와의 전쟁’ 패러디를 시원하게 해서 즐거웠습니다.”

‘형사록’은 디즈니+의 첫 시즌제 드라마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기업인 만큼 이전 작품들과 제작비 규모에서 다른 점이 있을 법 하다. 한 감독은 “저는 있는 돈에서 최선을 다해 찍는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시즌3는 돈만 많이 준다면 하지 않겠냐. 앞 시즌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고농축해 하는 것도 매력적일 것”이라고 장난스레 덧붙였다.

차기작의 방향을 묻자 한 감독은 “재난물을 해보고싶다”면서 “사회든 가정이든 결국엔 이해관계가 제일 중요하다. 재난물을 통해 인간을 표현해보고 싶다. 권선징악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관계에 집중해보고 싶다.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와 애환, 빈틈을 가진 다크 히어로에 대해 그려볼 것”이라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한 감독은 “‘장르물을 보면서 왜 눈물을 흘리지?’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공권력을 행하는 자의 책임감 등을 한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주인공을 따라가다보면 코끝이 찡해질거다. 이런 수사물은 많지 않을 거라고 본다. 이성민이 연기를 너무 잘해줬는데 그런 부분을 집중해서 봐준다면 더욱 매력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며 아직 ‘형사록’ 시리즈를 시청하지 않은 예비 시청자들에 시청을 당부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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