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대처’부터 ‘사법적극주의’까지...리걸 트렌드 2024
변협 부회장 출신 시각 ‘검수완박’ 다루고
교사노조 자문 경험으로 학폭 대응법 제시
‘美 소수인종 우대 위헌’에 목적적 해석론
일반 시민독자들에 ‘리걸 마인드’ 체험 선사
이 책은 △법이란 무엇인가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의무 △민주주의와 통치 구조 △형사법과 검찰 개혁 논란 △근대적 개인의 권리와 책임 △경제 민주화와 경제법 △보편적 인권과 국제법 △제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법조인의 윤리 등 9개 대주제를 다뤘다. 소주제로 다루는 내용은 총 60가지로 광범위하다.
실질적으로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일선 교사에게 신고와 조사, 보호처분의 책임을 모두 지우면서도 아무런 권한과 면책 요건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교사들은 현재 학교폭력 조사 과정에서 가해사실을 확인하거나 사과문 작성 등 자치적 해결을 도모하다 아동학대죄로 기소되기도 하고, 학폭위로 사건을 회부한다고 무고죄로 고소당하기도 하며, 학교폭력 사실을 단순히 알렸다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하기도 한다고 한다.
더구나 학폭위 처분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가해학생은 불복해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런 본안사건이 진행되기 전에 가해학생은 학폭위 처부에 대해 집행정지를 시청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 불복사건의 집행정지 인용율은 58%에 달한다.
저자는 “학교폭력 현장에서도 신고의 의무는 교사에게 부담시키되 조사는 수사기관이, 보호처분은 소년법워 등의 사법기관이 역할을 나누어 맡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법원에 대해서도 “학교폭력 사안의 경우 피해자의 삶과 인간적 존엄성과 연계되고 이러한 결정과 재판의 지연 등으로 피해자 역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수 있다는 점에서 가급적 집행정지 결정을 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다.
지난 6월 29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위헌 결정을 내린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소수인정 우대정책)’이 1978년 처음 도입된 것은 사법적극주의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1970년대까지 미국 연방대법원은 대중교통, 공공시설 등에서의 인종분리가 평등권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Separate but Equal(분리하지만 평등하다)’는 법리에 따라 판시했다. 그러나 1970년대 워렌 버거 대법원장의 재판부는 이 법리를 폐기하고 어퍼메티브 액션을 취하지 않는 입시정책 등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연달아 선고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소수자들을 배려하는 적극적 소수자보호조치는 미국 국회의 입법을 통하지 않고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사실상 입법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이처럼 법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사법부가 적극 목적적 해석을 적용해 입법 당시 고려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도 입법 목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 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법적극주의다. 반면 목적적 해석이 전면 적용될 경우 법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사법부가 법을 사실상 창조하는 역할을 하며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해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할수 있다는 점에서 목적적 해석 활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법소극주의다.
‘사법적극주의’를 둘러싼 논쟁은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저자의 책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김명수 대법원’는 올해 6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가 지난 2010년 현대차 울산공장을 25일간 점거하는 불법 쟁의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회사 손해에 대해 노조가 배상할 때 노조 내에서의 지위나 역할 등을 감안해 개별 노조원 별로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 입법과 같은 효력을 대법원이 사실상 발생시켰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대법원 판결을 이런 관점에서 비판하는 것은 ‘사법소극주의’의 시각이 담긴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같은 현상을 ‘사법적극주의’ ‘사법소극주의’라는 틀로 볼 수 있게 되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얻게 되는 유익 중 하나다.
헌재는 2004년 행정수도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성문헌법이 빠짐없이 규율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헌법의 간결성과 함축성을 위해 관습헌법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헌재는 “관습헌법이 존재할 경우 이는 성문헌법과 동등한 효력과 지위를 가지므로 성문헌법상 헌법 개정절차를 통해서만 개정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렇게 법의 분류를 알아야 각 분류별로 다른 법 원칙도 적용할 수 있다. 가령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은 형사법에서만 적용되는 원칙이다. 사법의 영역에서는 오히려 유추해석이 적극 활용된다.
각 이슈마다 관련 법령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비법조인으로선 어떤 이슈에 관해 어떤 법령이 존재하는지 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런 친절한 정리가 반갑다. 가령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입법해 시행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일반 시민이라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개정됐다는 정도는 뉴스를 보고서도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검수완박과 관련해 형법 상 피의사실공표 금지 조항,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경찰수사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등이 있다는 것은 비법조인으로서는 생각하기 쉽지 않다. 저자는 이에 더해 2019년 1차 검경수사권 조정 주요 내용과 2022년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주요 내용도 함께 제시한다. 저자는 지난해 변협 부회장으로서 검수완박 입법에 반대하는 ‘시민 필리버스터’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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