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그대는 고질병에서 벗어나길 원하는가

방민준 2023. 8. 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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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골프가 스윙 연습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어떤 사람이 고통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고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다. 지나가던 의사가 그를 불러 세웠다. 
"여보시오, 내가 당신이라면 당장 의사에게 찾아갈 것이오. 당신은 맹장수술을 받아야만 하오."



그는 의사가 시키는 대로 맹장수술을 받았다. 그러고도 고통이 계속되자 그는 다른 의사를 찾아갔다. 그 의사는 맹장수술은 필요 없고 균형감각을 회복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치료를 받았으나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다른 병원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식이요법과 약물치료를 권장했다. 



몇 주 후, 그는 또 다른 의사를 찾아갔다. 이 의사는 편도선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편도선을 제거했다. 



이런 식으로 그는 병원을 전전했고 병원을 찾을 때마다 그의 몸 일부가 하나씩 하나씩 없어졌다. 물론 차도는 없었다.



어느 날 시장통을 배회하고 있는데 그를 치료했던 의사 중 한 명이 그를 알아보았다. 
"반갑습니다. 아주 좋아 보이는군요. 완전히 치료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실패했는데 마침내 누군가가 당신을 치료했군요. 혹시 나의 치료가 도움이 되었습니까?"



그가 말했다.
"흥, 당신은 내 눈에 이상이 있다고 떠들던 그 의사 아니오? 하지만 나를 고친 사람은 바로 나요. 구두의 못을 뽑아 버렸더니 고통도 사라지고 절뚝거리지도 않게 되었소!"(오쇼 라즈니쉬의 유머 모음집 『아름다운 농담』 중에서)



 



문제점 없는 골퍼는 없다. 어드레스에서부터 퍼팅에 이르기까지 문제를 찾으려면 끝이 없다. 골프와 관련된 문제점이 얼마나 많은지 지금 당장 자신의 문제점을 손가락으로 꼽아보자. 



볼을 끝까지 안 보고, 필요없이 머리를 들고, 큰 근육이 모인 몸통 대신 팔로만 스윙하고, 스윙은 하다 만다. 스윙할 때 왼발이 무너지면서 축이 흔들린다. 롱 아이언은 겁나고 벙커나 워터해저드가 보이면 주눅이 들고, 50야드 내외의 거리를 남겨놓고 미스샷은 남발한다. 그린 읽기는 영원한 수수께끼다.



 



문제점을 찾다 보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 이런 문제점들을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돌아버리고 만다. 골프의 묘미고 뭐고 맛볼 여유가 없다. 



실제로 이런 문제점들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골퍼들이 의외로 많다. 고질병을 고치려고 골프전문가를 찾아가 상담하고 지도를 받는다. 물론 차도는 별로 없다. 레슨프로들은 문제를 보면 일단 돋보기로 확대해놓고 본다. 그리고 문제점의 모든 가능성을 들춰낸다. 그들은 차라리 문제를 창조하는데 탁월하다. 



 



그들의 눈으로 보면 쓸 만한 구석은 없고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 레슨프로들이 낱낱이 지적하고 들춰내는 문제점들은 골퍼들을 절망과 혼란에 빠뜨린다. 나름대로 고치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에는 효과를 못보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이미 습관으로 굳어 고질병이 돼버린 것을 무리하게 뜯어고치려다 고유의 스윙과 리듬마저 놓쳐버리기 일쑤다. 서까래를 수리하려다 집을 무너뜨리는 꼴이다. 



 



구력 5년 이상이라면 원 포인트 레슨으로 고쳐지지 않는 문제점은 거의 고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고질병이란 자신은 고치려고 부단히 애를 쓰지만 고쳐지지 않는 병이다. 고질병을 자신의 습관으로 받아들이면 고질병이 아닐 수 있다.



 



"요즘 코치들은 선수들이 본능에 따라 플레이하는 예술을 앗아가고 있다. 이들은 선수에게 있어 파리와 같은 귀찮은 존재다."
왕년의 골프 스타 게리 플레이어가 지나치게 코치에 의존하는 바람에 자신의 골프 리듬을 잃은 선수들의 폐해를 지적하며 한 말이다. 



 



그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교과서로 삼았던 '스윙 머신' 닉 팔도나 이언 베이커핀치가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코치에 매달리다 몰락한 것을 두고 "내가 목격한 가장 슬픈 현실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전담코치 없이도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9회나 차지했던 그는 "코치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선수들의 머리를 텅 비게 한다. 대회에서 이기는 방법은 자신의 본능을 신뢰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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